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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나의 와인 인생

이 칼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지난 5년 동안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의 와인에 대한 자세와 생각, 지식 또한 많이 성숙해 진 것 같다. 그냥 가볍게 쓰기 시작해서 와인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WSET 학교에 등록해 레벨 2, 3, 지금은 레벨 4까지 공부하고 있다. 이게 다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알게 된 와인과 나의 숙명인 것 같다. 와인은 알면 알수록 멋지고 신비하다. 나라, 고장, 밭, 생산자, 포도, 빈티지에 따라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와인이 없고, 내가 그 와인을 열어줄 때까지 나를 몇 년, 어쩔 때는 몇 십 년을 기다려주는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 맨 처음 썼던 빈티지에 대한 칼럼이 아직도 생각난다. 왜 빈티지가 와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지, 와인 생산지에 따라 빈티지를 정리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빈티지 외의 세계각국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포도품종들과 와인 제조법이 와인에서 제일 중요한 기본이라는 것, 똑같은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도 지구의 반구에서 가까울수록 더운 기후 때문에 와인이 풍부하고 파워풀하며 멀리 갈수록 선선한 기후의 차분한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의 와인에 대한 선호도와 미각도 많이 바뀌었다. 5년 전에 그렇게도 감동받았던 와인들 중 몇몇은 지금 내 와인셀러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고, 불과 작년에 내가 열정 넘치게 쫓아다니던 와인들도 옛 연인이 되어 있다. 그야말로 우리의 인생이 예상치 못하게 매해 바뀌듯이 와인과 함께 하는 인생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와인칼럼을 쓰면서 조금이라도 생생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와인산지들을 방문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보르도, 부르고뉴, 샴페인, 투스카니 등. 프랑스 2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보르도는 막 수확 직전에 방문했었다. 수확에 대한 설레임으로 폭풍전야처럼 조용하고 종교의식과 같은 엄숙함이 감돌던 보르도, 종업원의 손에 이끌려서 들어간 가게에서 너무나도 친절하고 시골 아저씨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진 와이너리 주인을 만났었다. 보르도의 5대 샤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토 페르튀스, 바로 그 페르튀스의 원래 소유주를 만났던 것이다. 사토 페르튀스는 브로도의 오른쪽 언덕, 즉 지롱드강의 라이트뱅크의 포므롤 지역의 와이너리다. 5대째 내려오는 와인 집안에서 5년전 와이너리를 물려받았고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상을 받은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그의 모습에서 뿌리깊은 전통과 역사, 그것이 만들어낸 위엄과 겸손을 느꼈다. 사람은 어때야 하는가를 느낀 순간이었다. 샴페인에서 느꼈던 감동도 아직 잊을 수 없다. 수확이 막 끝난 샴페인의 포도밭, 마치 산에서 바다를 만난 듯 넘실거리는 푸른 포도밭의 물결, 손톱으로 찔러도 푹 들어가는 석회암, 특히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불의 마술'이라고 표현된 대목 때문에 더욱 샴페인에 가보고 싶었었다. '신의 물방울'에서 주인공은 한국 음식과 맞는 와인을 찾아서 수백 종류의 와인을 마셔보며 한국의 맵고 짠 음식, 특히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백방으로 찾아나선 끝에 마침내 발견한 와인이 샴페인이었다. 처음엔 불처럼 김치의 매운 맛이 느껴지지만, 불이 비둘기처럼 변해 날아가는 마술과 같은 와인, 그래서 '불의 마술'이라고 표현하며 환상적인 궁합으로 묘사됐었다. 이 칼럼 덕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이른바 와인 종주국의 와인뿐 아니라,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의 와인도 접하고, 아오욍이라는 중국의 럭셔리 와인에 대해서도 공부했었다. 와인의 명장도 다뤘고, 와인 에티켓에 대해서도 글을 썼었다. 와인학교까지 다녀가며 알찬 내용을 전하려 했지만 솔직히 부족함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수박 겉핥기라는 생각에 몇 번 그만두려는 마음도 먹었었다. 하지만 독자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5년을 달려왔다. 2주에 한 번이지만, 그 준비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어렵게 느껴졌지만, 거꾸로 나는 겸손함을 배우면서 나 자신을 성찰하는 소중한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저와 저의 칼럼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과 뉴욕중앙일보께 감사 드린다. 비롯 이 글이 나의 와인 & 스토리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잠깐의 휴식 뒤 또 다른 와인의 여행을 떠날 것 같다. 5년 후엔 어떤 모습으로 와인을 접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래서 그 많은 장인들이 와인에 자기의 인생을 바치는 것 같다. 와인의 역사가 몇 천 년이 되듯이 우리들의 와인 여행도 계속되길 바란다.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 [WSET 레벨3]

2018-07-20

[와인 & 스토리] '포도와 올리브의 물결' 토스카나

시간이 멈춘 듯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 나는 지금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와 있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와서 경험해야 하는 와인의 성지이기도 한 이 고장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올리브밭이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물결치는 언덕들은 몽환적이기 까지 하다. 하루를 '멍'때리고 있어도 좋고, 늦잠을 자는 게으름을 피우는 게 어울릴 것 같은 평온함이 우리를 반겼다. 이탈리아에서는 와인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고속도로 옆에도, 가정집 뒷마당에도 포도나무들은 빼놓을 수 없다. 뉴욕과 비슷한 90도에 육박하는 뙤약볕 속에 이미 포도는 푸릇푸릇 녹색으로 영글기 시작했다. 이곳의 마을의 집과 상점 등 시가지는 모두 산꼭대기에 있다. 외세의 침략이 많았기 때문에 산으로, 산으로 올라간 것이다.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해 있으며, 흔히들 이탈리아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피렌체가 토스카나의 수도이다. 피렌체는 미국에서는 플로렌스로 불리며, 언덕 꼭대기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비드상으로 더욱 잘 알려진 곳이다. 피에몬테, 베네토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와인생산지이다. 검은 닭 무늬로 유명한 대중적인 와인 키얀티도 바로 토스카나의 산악지역의 한 마을이다. 이탈리아 와인하면 누구도 주저 없이 키얀티를 떠올렸지만, 1980년대부터 이른바 수퍼투스칸이 등장하며, 이탈리아와인을 고급와인의 대열에 올라서게 한 지역도 바로 이 토스카나 지역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토스카나의 심장으로 불린다는 몬테풀치아노였다. 역시 산꼭대기에 있다. 더구나 침략을 대비해서 매일 밤 9시문 성문을 굳게 걸어 잠궜던 곳이라고 한다. 로마북쪽 186킬로미터, 피렌체 남서쪽 124킬로미터 지범인 몬테풀치아노는 해발 605미터에 위치해 있다. 돼지, 치즈, 벌꿀, 파스타가 유명하지만,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e Montepulciano)는 이미 이름에서 고급스럽다 못해 사치스런 품격이 느껴진다. 노빌레라는 단어 때문이다. 귀족을 뜻하는 단어로, 이 와인이 귀족의 식탁에 공급됐다는 뜻으로 노빌레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토종포도인 산지오베세로 만들어지며 리세르바는 3년이상 숙성된다. 약 60년 전인 1961년부터 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와인 애호가를 사로 잡은 와인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 도착한 곳은 브루넬로 몬탈치노의 고향인 몬탈치노였다. 피렌체에서 110킬로미터,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도시는 역시 산꼭대기에 발달했고, 9세기무렵의 사원이 남아있는 가 하면 13세기의 성곽이 바로 오늘의 성이어서 중세시절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와이너리들을 하나 하나 방문하며 토스카나 본고장의 와인을 시음했다. 과연 세세의 명성을 떨치는 와인은 달랐다. 최근에 생산된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브루넬로 몬탈치노(Brunello Montalcino)도 토종포도인 산지오베세로 만들어진다. 브루넬로 몬탈치노는 만드는 와이너리가 약 200개 정도, 그중에서도 브루넬로 몬탈치노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와인이 비온디 싼티다. 브루넬로 몬탈치노라는 이름을 지은 와이너리기도 하다. 값이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말린 장미향이 글라스를 가득 메우는 아름다운 와인이다. 토스카나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 이제는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수퍼 토스칸이다. 프랑스 보르도에 5대 샤토가 있다면 토스카나에는 안티노리 가문이 있다. 메세치 안토리니 패밀리는 약 650년 전인 1385년 설립됐다. 정확히 하자면 633년 전이다. 이 가문을 대표하는 3명의 거장이 바로 수퍼투스칸을 탄생시킨다. 피에르 안티노리와 그의 동생 로도비코 안티노리, 그리고 이모부인 마리오 인치사델라 라케타 3명이다. 수퍼투스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은 사시카이아로, '자갈 같은' 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안토리니가문의 딸과 혼인한 마리오 인치사델라 라케타가 해안지역인 볼게리에서 포도밭을 일궈서 생산한 와인이다. 그래서 자갈 같은 을 의미하는 단어가 붙은 것이다. 독특하게 이 와인은 산지오베세가 아니라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품종인 카네베 쇼비뇽으로 탄생됐다. 그뒤 피에르 안티노리가 이모부인 라케타의 뒤를 이어 와인산업에 뛰어들었고, 사시카이아 마케팅을 돕다가 스스로 만들어낸 와인이 그 유명한 티나넬로와인이다. 키얀티에서 토종품종인 산지오베세에다 15%정도를 카베네로 블렌딩했다. 티나넬로의 탄생으로 비로소 수퍼투스칸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피에르는 '태양처럼'을 의미하는 솔라이아로 또 대박을 쳤다, 산지오베세와 카베네 소비뇽의 배합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 와인애호가를 사로잡은 것이다. 솔라이아는 카네베 소비뇽이 주연, 산지오베세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와인이다. 피에로의 동생 로도비코 안티노리는 '마세토'라는 와인을 만들었다. 100% 멜로 품종으로 만들었으며, 마세토는 '작은 점토조각'이라는 뜻으로, 점토질이 많은 토양에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로도비코는 또 하나의 명품 올네라이아를 탄생시켰다. 볼게리에서 생산된 포도를 모두 블렌딩해서 토스카나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탄생 시켰다. 멜로와 카베네 소비뇽, 카베네 프랑, 프티 베르도 등을 섞었다. 토스카나 어디를 가든 와인 가게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와인 가게들은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가게들처럼 관광객들을 실망시켰다. 이곳의 와인 가격은 미국의 두 배에 달했다. 앞에서도 소개했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와인스펙테이터 잡지의 톱100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안티노리 가문의 티나넬로는 미국에서는 100달러 미만에 판매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2.5배에 가까운 230유로에 팔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평온한 도시에도 돈을 쫓아가는 인간의 본능은 숨길 수 없었다.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WSET 레벨3)

2018-07-06

[와인 & 스토리] 세계를 점령한 카버네 소비뇽

지금 나는 또 다시 와인시험 준비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세계 각국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포도 품종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다. 좀 더 좋은 와인, 좀 더 많은 와인을 알기 위해 와인학교에 입학해서 공부하는데, 와인에 대해서는 하나도 못 배우고 영문도 모른 채 세계 기후에 대해서만 열심히 파곤 했다. 이러다 세계지리에 대해 '도사'가 될 판이다. 그런데 이게 재미가 있어지고 있다. 기후와 토양을 배우면서 와인을 더 깊이 알게 되고, 그 곳의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내 인생의 지평이 더 넓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와인을 배우면서 인생이 풍요로워졌다고나 할까. 지금 세계 방방곡곡의 와인 역사와 와인 관련 법규, 토양과 기후, 포도 품종과 와인 제조까지 와인에서 제일 중요한 기본을 쌓고 있음을 느낀다. 뒤늦게 '한 소식'을 들었다고나 할까. 득도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오늘은 세계 와인 산업의 기본인 카버네 소비뇽 품종에 대해 알아보자. 세계의 상업용 포도 품종이 1만여 종이 넘어가지만 우리가 와인 세계에서 실질적으로 접하는 포도 품종은 대략 20여 가지 정도다. 그중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가장 많이 심고 있으며, 가장 유명한 포도는 바로 카버네 소비뇽이다. 전세계 어디를 돌아봐도, 심지어 중국에서도 카버네 경작과 생산은 늘고 있다.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들이면 기본적으로 꼭 카버네를 경작한다. 이 정도면 '카버네=와인'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예로부터 중국사람들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선문답을 하기로 유명하다. 카버네 소비뇽도 마찬가지다. 중국사람 10명에게 물어보면 10명의 대답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보르도 와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최소한 프랑스의 카버네 생산만큼 카버네를 경작한다. 또 일부에서는 프랑스 재배면적의 3배나 되는 면적에 카버네를 재배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만큼 중국이 카버네를 많이 재배하고 있는 셈이다. 카버네와 많이 블랜딩하는 보르드의 다른 품종들인 멀로와 카버네 프랑크, 말백과 칼메니에도 같이 경작하지만 단연 으뜸은 카버네다. 카버네 소비뇽의 고향이 어디인가를 두고 구구절절한 억측이 있었고 아직도 출생지가 명쾌히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보르도의 유명세에 따라 보르도 인근 정도로 추정되며 이름 자체가 약간의 힌트를 내포하고 있다. 소비뇽은 '야생'을 뜻하는 프랑스어 '소비지'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즉 야생에서 잘 자라는 품종임을 알 수 있다. 카버네는 햇빛만 있으면 기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재배하기가 쉽고, 와인으로 만드는 방법도 수월하다. 또 맛이 독특하며 오랜 기간 숙성할 수 있어서 와인의 신세계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나파카운티, 호주의 쿠나와라와 마가렛 리버, 뉴질랜드의 허크스 베이, 남아공의 스텔렌 보쉬, 칠레의 마이포 등에서도 종주국 못지 않게 터줏대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세계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린 것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다소 건조하며, 공기가 잘 통하는 자갈밭같은 토양이 알맞다. 그래서 야성미가 강하다. 껍질이 두껍고 색깔이 진하며, 타닌성분이 많아 떫떠름한 맛을 띤다. 블랙페퍼와 그린페퍼콘을 섞어놓은 맛이다. 너무 강해서 주로 블랜딩을 하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가장 대중적인 프리미엄급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은 멀로였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조사 결과 카버네 소비뇽 재배면적이 전세계적으로 34만1000핵타르로 집계되면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카버네 소비뇽은 카버네 프랑크과 소비뇽 블랑의 혼혈이다. 이같은 사실은 1996년 세계적인 농과대학인 UC데이비스의 캐롤 메레디스 박사가 DNA 검사를 통해 밝혀냈다. 메레디스 박사는 진판델의 원산지가 크로아티아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50여 포도 품종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며, 지난 2009년 미국 와인요리연구소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인물이다. 재미난 것은 재배면적 1위를 다투곤 했던 카버네와 멀로가 사촌간이라는 것이다. 멀로는 카버네 프랑과 다른 품종의 혼혈임이 밝혀졌다. 즉 두 품종 모두 부모 중 한쪽은 카버네 프랑인 것이다. 카버네는 예로부터 싸구려 와인으로 취급받았지만 5대 샤토 카버네, 이탈리아의 수퍼터스칸의 카버네, 나파밸리의 오푸스 원, 스크리밍이글 등 화려하고 멋진 카버네 리스트는 끝이 없다. 그렇다면 카버네로 만들어진 와인은 몇 종류나 될까, 유명한 와인잡지 '와인스펙테이터'는 자신들이 테스팅한 카버네 소비뇽와인이 2만4000종류를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레드 와인중에서는 어떤 품종도 카버네 소비뇽에 견줄 수 없다. 단 와인 전체로는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의 종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버네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일까. 첫손가락에 꼽는 음식이 스테이크다. 카버네 소비뇽의 특징인 강한 타닌이 지방과 단백질을 긁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방과 단백질로 뒤범벅된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타닌이 강한 카버네를 한잔씩 마시면 뱃속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카버네 소비뇽에 대해 대략 이 정도만 알면 와인 전문가나 마찬가지다. 이 이상은 그야말로 와인학자들의 몫이 아닐까.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WSET 레벨3)

2018-06-29

[와인 & 스토리] 2017 한국의 와인 동향<상>

미국에서는 매일, 모든 사람이 와인을 마신다는 광고 문구가 있을 정도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많다. 미국뿐 아니라 요즘 한국에서도 와인 애호가들이 증가하고 있고 와인 동호회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소몰리에 자격시험에 사람들이 몰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와인 종주국은 물론 신세계 와인으로 유명한 멀리 호주에까지 한국인 와이너리 관광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와인 시장은 어떻게 돌아갈까. 1년에 어느 정도의 와인이 팔리고, 어느 나라의 와인이 많이 수입될까.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와인 동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무려 627억 달러, 한화 70조원에 달하는 와인이 팔렸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와인의 양은 미국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미 농무부의 한국 와인 시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와인 수입액은 2억1000만 달러, 약 220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미국의 300분의 1에 불과하다. 인구가 약 6배 정도 차이나는 것을 감안해도 5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액은 10%나 증가했다. 2014년에서 2016년까지 3년간 매년 평균 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2배나 폭증한 것이다. 반면 수입량은 3600만리터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이는 와인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와인 수입량은 2015년 정점을 이룬 뒤 2016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이는 한국의 와인 소비가 예전보다 좀 더 고급화되고 한국 사람들이 좋은 와인을 찾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는 어떤 종류의 와인이 가장 많이 팔릴까. 지난해 와인 종류별 수입량을 살펴보면 레드 와인이 61%를 차지했으며, 놀랍게도 스파클링 와인이 20%를 점유, 화이트 와인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예전에는 레드 와인의 비중이 더욱 높았지만,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자리를 스파클링 와인이 빠르게 메꿔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레드 와인은 약간 강해서 육고기류와 잘 어울리고, 화이트 와인은 생선, 즉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독한 술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약간 풍부하게 느껴지는 레드 와인이 제격이고, 조금은 연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 여성들을 중심으로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 재미난 것은 한국의 와인 수입이 각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류에 대한 수입관세는 15%이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주류를 수입할 경우 바로 이 15%가 면제된다. 즉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관세가 면제되는 국가는 가격 경쟁력이 다른 나라보다 15%나 높다. 한국은 주요 와인 수입국 중 칠레와 2004년 4월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2011년 7월 유럽연합과, 2012년 3월 미국과, 2014년 12월 호주와 FTA를 체결함에 따라 이들 국가 와인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됐다. 2010년 정도까지는 자연스럽게 칠레가 강세였고, 그 다음부터는 FTA가 체결될 때마다 와인수출국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한국이 지난해 와인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와인의 종주국 프랑스로 집계됐다. 프랑스 와인은 6900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2016년보다 14% 증가하면서 전체 수입액의 33%를 차지했다. 정확히 3분의 1인 것이다. 프랑스 와인은 2008년에는 수입액의 40%를 차지, 독보적 1위였으나 2010년 32%로 줄어들고 2014년과 2015년에는 30%까지 감소했다. 그러다 2016년 31%로 늘어난 뒤 지난해 33%로 상승한 것이다. 와인 수입액 2위는 칠레였다. 칠레는 41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0%를 차지했지만 전년보다는 오히려 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칠레는 2004년 한국과 일찌감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무관세 적용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1년 유럽연합, 2012년 미국과 FTA가 체결되면서 어드밴티지를 잃고 말았다. 3위는 이탈리아로 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하며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최근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이탈리아 와인은 한국에서의 이탈리아 음식의 인기와 정비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자동뻥'으로 와인도 잘 나가는 것이다. 그 다음 4위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2500만 달러어치를 수출, 14%의 증가를 기록하며 전체의 12%를 점유했다. 미국은 2012년 FTA 체결로 와인 수출의 동력을 확보했지만, 현재는 품질 위주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가격 위주의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의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한국인들이 점점 다양한 와인을 찾음에 따라 뉴질랜드,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인까지 수입되면서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위는 스페인으로 1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수입량은 770만리터로 26% 줄었다. 이는 벌크 와인 수입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2016년 스페인산 벌크 와인이 전체 벌크 와인 수입의 5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9%로 급락했다. 벌크 와인은 주로 한국 양조회사에서 수입해 병입해서 내다팔거나,블렌딩의 원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술회사들이 스페인보다 더 저렴한 국가로 수입선을 돌린 것이다. 6위는 다크호스 호주였다. 이른바 신세계 와인이다. 지난해 1200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24% 증가했다. 2014년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급증했고 호주달러화의 약세도 호재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뉴질랜드 등은 마이너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 마이너 국가로부터의 수입액은 1700만 달러에 달하며 전년보다 무려 93%, 사실상 2배 정도 폭증했다. 이처럼 한국의 와인 시장은 변화무쌍하게 급변하고 있다.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WSET 레벨3)

2018-03-29

[와인 & 스토리] 미국 와인 산업의 현재와 미래

미국에는 과연 몇 개의 와이너리가 있고, 1년에 주당들이 마시는 와인은 얼마나 될까. 또 외국에서 수입되는 와인과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얼마나 될까. 나 자신이 와인을 좋아하면서도 미국 와인 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문득 이런 궁금점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본 결과 아주 재미난 내용이 많았고 와인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통계를 통해 와인에 대해 더욱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미국의 와인 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와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와인스 앤 바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와인은 무려 627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따지면 약 70조원 규모다. 한국 예산과 비교하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양인지 쉽게 알 수 있다. 2018년 한국 예산이 400조5000억원이므로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와인은 한국 예산의 6분이 1이 넘는다. 이중 미국에서 생산된 와인은 418억 달러, 수입 와인이 209억 달러로, 국내 생산 와인이 수입 와인보다 2배 정도 많았다. 미국 내 와인 매출액 627억 달러는 전년보다 3% 증가한 것이며, 이중 국내 생산 와인은 2% 성장한 반면 수입 와인의 매출은 5%로 두 배 반이나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입 와인의 성장세가 거세지면서 연방정부는 '양조현대화 세금특례' 규정을 제정, 와이너리당 연 평균 수천 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면서 와인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와인 판매량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지난해 9리터짜리(750ml 12병) 4억300만 케이스가 판매돼 전년보다 1.3% 증가했고, 이중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와인이 9리터짜리 2억6800만 케이스로 전체의 6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수입 와인으로 9리터짜리 1억4000만 케이스가 팔려 전체의 26%를 차지했고, 캘리포니아 외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 9리터짜리 3100만 케이스로 8%를 점했다. 즉 지난해 미국 내 와인 판매액은 2016년보다 3% 증가한 반면 와인량은 1.3% 늘어났으며 이는 와인 가격이 전년보다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 내 와인 판매량은 지난해 증가량이 전년 2.6%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이는 25년째 연속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미국 내 와이너리가 많은 5개주는 어디일까. 캘리포니아가 단연 1등인 것은 누구나 알지만 놀랍게도 뉴욕주도 상위 5개주에 포함됐다. 지난해 미국 내 전체 와이너리는 9654개로 전년 9091개에서 9% 증가했다. 이 정도라면 급증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캘리포니아주는 4392개로 거의 50%에 육박했고, 바로 윗쪽의 오리건주가 774개, 워싱턴주가 772개로 막상막하였다. 그리고 뉴욕주가 395개, 텍사스주가 391개로 거의 엇비슷했다. 뉴욕주에 이렇게 와이너리가 많은 만큼, 뉴욕-뉴저지 한인들에는 이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에 유리한 셈이다. 미국에 1만 개에 육박하는 와이너리가 있지만 지난해는 포도 작황 부진으로 수출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미국 와이너리의 수출량은 9리터짜리 4000만케이스, 수출액은 14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와인은 어디에서 주로 판매될까. 흔히 미국의 식음료품 판매 경로를 설명할 때 OFF-PREMISE, ON-PREMISE라는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OFF-PREMISE는 일반 소매점을 의미하며 ON-PREMISE는 술집이나 레스토랑 등을 의미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와인의 78%는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됐고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 판매된 양은 20%, 와이너리에서 직접 판매한 양은 2%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국 내 와인 일반 소매점은 모두 19만2000개로, 이곳에서 판매된 와인의 평균 가격은 10달러였으나 15달러에서 19.99달러의 와인은 두 자리 수 증가한 반면, 8달러 이하 와인의 판매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와인 소매점에서 팔린 와인 중 55%가 한 병당 8달러 이하의 와인이었다. 술집이나 식당에서 판매된 와인 1병의 평균 가격은 40달러로, 일반 소매점보다 4배나 비쌌다. 미 전역에 37만3000개로 집계된 술집이나 식당의 와인 판매량은 1.3%, 판매액은 1.9% 증가했으며 와인은 위스키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와이너리에서 우편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하는 양은 극히 적었다. 와이너리에서 직접 판매한 와인량은 9리터짜리 578만 케이스, 판매액은 27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이는 2016년보다 15.5% 급증한 것이다. 와인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와이너리 직접 판매, 특히 온라인 판매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전체 시장의 2%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10%로만 성장해도, 5배나 커지고 판매액으로는 135억 달러에 달한다. 바로 여기서 비즈니스 기회가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대규모 온라인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래도 와인 온라인 판매는 시장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해 몸집 작은 업체들도 성장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와인도 즐기고 돈도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무엇일까. 미국 성인 중 술을 마시는 사람이 76%,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24%이며, 미국 성인의 40%가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 와인인 것이다. 연령별로 와인을 가장 즐기는 세대는 올해 53세에서 71세인 베이비부머 세대로 37%가 와인을 마시며, 그 다음 와인을 즐기는 세대는 놀랍게도 올해 23세에서 40세인 밀레니얼 세대로 이들의 32%가 와인을 마신다. 밀레니얼 세대가 앞으로 40~50년 생존하게 되므로 와인 산업은 호황을 누릴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면서 확신이 섰다. 와인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호황을 누릴 것 같다.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WSET 레벨3)

2018-03-15

[와인 & 스토리] 21세기 최고 걸작 2015 버건디

프랑스 와인 하면 '서 보르도, 동 부르고뉴'로 대변된다. 보르도 하면 5대 샤토로 유명하지만 부르고뉴는 보르도보다 훨씬 작은 면적이지만 또다른 차원의 훌륭한 와인이 생산 되고 가격면에서는 5대 샤토를 압도한다. 보르도 와인보다 더 고급 와인이 부르고뉴의 와인인 것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의 강렬한 이미지는 미국에서 부르고뉴를 버건디라 칭하게 만들었고, 이제 버건디가 색깔과 와인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와인 애호가의 종착역으로 알려진 버건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요즘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나 와인 가게에서 핫한 아이템도 버건디 2015년 빈티지다. 2015년은 파란만장한 해로 기록되는 해이다. 네팔에서 대지진이 발생, 8000여 명이 숨지고,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은 역사상 왕권을 제일 오래 유지한 여왕으로 기록됐고, 미국과 쿠바가 50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버건디의 2015년은 와인의 역사를 새로 쓸 정도로 훌륭한 와인이 탄생한 해로 기억된다. 2015년 버건디 지방은 뜨거운 여름, 목마른 대지로 기억된다. 6월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고, 8월이 돼서도 몇인치의 비가 더 뿌렸을 뿐이다. 포도밭도 타들어갔다. 특히 심은지 얼마되지 않아 뿌리가 깊지 않은 포도나무들이 가뭄으로 힘들어했다. 그러나 다행히 수확에 들어가기 몇주 전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2003년, 2009년보다 더 내려갔다. 수확전 기온이 내려가면 산도가 더 잘 보존된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은 포도알을 더욱 잘 영글게 했고, 수확 전 차가움이 포도알의 성분을 잘 지켜냈다. 이같은 기후의 영향으로 2015년 버건디는 작황은 적었지만 우수한 품질의 포도를 확보하면서 명장을 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레드 와인의 피노누아가 대박을 쳤다. 일부 흥분한 와인 평론가들은 21세기가 시작된지 채 20년도 안됐지만, 2015년 빈티지가 21세기 100년간의 최고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그만큼 화려한 빈티지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선선해서 화이트가 유난히 빛났던 2014년 빈티지도 호평을 받고 있지만, 2015년 빈티지는 성숙한 여인에 비유된다. 제대로 숙성돼 완성도가 높아 그만큼 순수하고 힘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건디 하면 가격이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보르도의 5대 샤토보다 더 비싸다. 2015년 빈티지는 휼륭하다고 소문이 나면서 수백 달러를 호가하기 일쑤고, 수입업자들이 제한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피튀기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럼 먼저 버건디의 5대 와인 생산지를 잠시 살펴보고 비교적 저렴한 100달러 미만의 2015년 빈티지를 찾아보자. 버건디 가장 북쪽의 샤블리는 샤도네이를 재배하므로 화이트 와인의 산지다. 그 아래로 디존과 마콘을 잇는 75마일정도의 얇은 띠를 중심으로 레드 와인의 본고장 코트 드 뉘,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코트 드 본이 자리잡고 있다. 그 아래 코트 드 본을 위협하는 화이트 와인 산지 마코네가 있고 가장 아래쪽에 보졸레누보로 잘 알려진 보졸레가 버티고 있다. 품종은 레드 와인을 만드는 피노누아,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샤도네이, 보졸레를 만드는 가메이 등 3개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각 지역에 어떤 품종이 재배되는지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물론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레드 와인 생산 와이너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력 품종으로 구분하면 레드 와인이 1개, 화이트 와인이 3개, 보졸레누보가 1개 정도로 나뉘는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2015년 버건디 와인들은 아래와 같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역시 샤블리 와인이 대표선수다. 사무엘 빌로 샤블리 레 바이옹 비에이유 비뉴(Samuel Billaud Chablis Les Vaillons Vieilles Vignes $37)는 빌로 가문이 2014년 매입한 포도밭에서 생산됐고, 파트릭피우제 샤블리 레 포레(Patrick Piuze Chablis Les Forets $55)는 캐나다 출신의 피우제가 만든 와인으로, 컬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레드 와인 중 루이 자도 도멘 가제 부르고뉴 르 샤피트르(Louis Jadot Domaine Gagey Bourgogne Le Chapitre $30)는 코트 드 뉘 북부 지방에서 생산됐고, 도멘 페블레 메르퀴레(Domaine Faiveley Mercurey $33)는 전형적인 버건디로, 천연 아로마향과 체리향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도멘 라마르슈 부르고뉴 오뜨 코트 드 뉘(Domaine Lamarche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37)는 본로마네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졌고, 도멘 리니에-미슐로 모레 쌩 드니 비에이유 비뉴(Domaine Lignier-Michelot Morey St. Denis Vieille Vignes $67)는 지난 3년 동안 가격이 급상승한 와인이며 전형적인 버건디의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도멘 뒤 꽁뜨 아르망 오쎄이 뒤레스 루즈 프르미에 크뤼(Domaine du Comte Armand Auxey Duresses Rouge 1er cru $68)는 버건디의 남쪽본지방에서 인기 상승하고 있는 와인이며 본의 힘 있고 굵은 피노누아를 잘 표현한 와인이다. 도멘 미셀 라피르주 볼네 방당주 셀렉시이네(Domaine Michel Lafarge Volnay Vendanges Selectionnees $78)는 모든 포도를 올가닉으로 재배하는 와인이다. 이 와인들 외에도 2015년 버건디는 멋지고 화려하게 꽃 피우는 와인들이 많다. 그 중에서 한 병쯤 마시면서 세기의 와인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WSET 레벨3)

2018-03-01

[와인 & 스토리] 보르도 2015 빈티지

프랑스 와인 5대 산지, 5대 샤토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 이른바 5대 천왕을 탄생시킨 곳이다. 그러나 한병에 수천 달러에 달하는 5대 천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르도 지방은 대서양에 면한 비옥한 땅이다 보니, 비록 5대 천왕에는 못 미치지만 5대 천왕을 넘보는 와인들이 적지 않다. 오래전 2014년 보르도 빈티지를 살펴봤으니, 오늘은 2015년 빈티지를 훑어보자.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2015년의 작황이다. 최근 몇년간 매우 특이한 기후를 보였던 보르도는 2015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뭄이 4개월 정도 계속됐고, 6~7월은 엄청나게 더웠다. 가뭄과 더위로 포도알은 작아진 반면 당도는 높아졌다. 껍질도 상당히 두꺼워져 탄닌은 더욱 짙어졌다. 특히 여름에 가뭄이 와 포도나무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른바 수분을 흡수하지 못해 생기는 '워터 스트레스(WATER STRESS)'다. 하지만 대자연의 오묘한 이치는 보르도를 버리지 않았다. 워터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려는 시점에서 비가 내렸고, 목마른 포도밭을 적셨다. 워터 스트레스 직전에 위기에서 탈출한 것이다. 당도가 한껏 높아지는 9~10월이면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지만 다행히 그해는 9월부터 서늘해지기 시작해 병충해를 막을 수 있었다. 보르도 지역의 이상기후는 2009년과 2010년 최고의 빈티지를 탄생시킨 뒤 바닥으로 추락했었다. 악천후로 포도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2011년과 2012년 빈티지는 몰락했고, 2013년은 최악을 기록했다. 그나마 2014년은 3년의 아픔끝에 다시 멋진 빈티지를 탄생시켰고, 이같은 축복은 2015년까지 이어졌다. 나는 지난해 9월 보르도를 방문했었다. 2017년 빈티지 또한 엉망이었다. 봄부터 때아닌 서리가 포도밭을 엄습, 초토화시켜 생산량이 급감했다. 프랑스 전체 포도 생산량이 전년보다 17% 감소했을 뿐 아니라, 5년 평균 수확량보다도 16%나 줄었다. 1991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적은 수확량을 기록했다. 보르도도 일부 포도밭은 70% 피해를 입는 등 전체적으로 46%나 수확량이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2015년 빈티지는 2014년에 이어 보르도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보석같은 빈티지가 아닐 수 없다. 보르도의 5대 산지는 메독과 그라브, 소테른 발삭,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이다. 가론강과 도르도뉴강이 한데 모이는 이른바 합수(合水)머리의 지롱드강을 경계로 좌우로 나뉜다. 레프트뱅크(左岸)에는 메독과 그라브, 소테른 발삭이 자리잡고, 라이트뱅크(右岸)에는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이 누워 있다. 5대 샤토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라투르를 일컬으며 1855년 프랑스에서 보르도 와인을 5개의 등급으로 나눌 때 1등급을 받은 5개의 와인을 말한다. 5대 천왕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은 5대 샤토 중 4개가 레프트뱅크의 메독에 있다. 그중에서도 메독의 상류 지역에 있다. 유일하게 샤토 오브리옹만 그라브에 있지만 그라브 또한 레프트뱅크다. 여기에 5대 천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토 페르튀스는 라이트뱅크의 포므롤 지역에 있다. 샤토 페르튀스의 출현은 레프트뱅크뿐 아니라 라이트뱅크에서도 천왕급 와인의 탄생이 가능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내가 지난해 보르도를 찾았을 때 페르튀스의 주인을 만나는 영광을 누렸고, 그로부터 라이트뱅크의 우수성을 귀가 닳도록 들었었다. 그렇다면 5대 천왕급에 도전하는 샤토를 찾아보자. 물론 2015년 빈티지다. 2015년 빈티지의 라이트한 와인은 올해 크리스마스 때 마시기 적당하다. 조금 더 무거운 2015년 빈티지는 1년 정도 더 숙성시켜야 하고, 메독 지역의 와인도 2020년 가을부터는 마실 수 있다. 그러므로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1~2년 먼저 멋진 2015년 빈티지를 사놓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한다. 레프트뱅크와 라이트뱅크의 전문가가 각각 추천하는 빈티지라면 실수가 없을 것이다. 라이트뱅크의 2015년 빈티지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생떼밀리옹에서 생산된 샤토 라 가플리에르(Chateau La Gaffeliere)로 디켄터는 94점을 부여했다. 우안의 두번째 대표주자는 샤토 록 드 깡브(Chateau Roc de Cambes)로 93점을 받았다. 역시 생떼밀리옹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샤토 르 테트 로테뷰에프의 소유주 프랑소아가 깐깐하게 가려낸 옥토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그다음은 샤토 폰테닐(Chateau Fontenil)로 92점이다. 미첼 롤란드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것으로 그가 낳은 최고의 작품중 하나다. 이외에도 샤토 보흐너스(Chateau Bourgneuf)와 샤토 몽롱드리(Chateau Montlandrie)가 각각 91점을 받아 라이트뱅크의 떠오르는 5대 와인에 포함됐다. 레프트뱅크에서는 샤토 다르메라끄(Chateau d'Armailhac)와 샤토 랑고아 바르똥(Chateau Langoa-Barton)이 각각 92점으로 최고로 평가됐다. 샤토 마르키 드 칼롱, 샤토 칼롱 세귀(Chateau Marquis de Calon, Chateau Calon-Segur), 샤토 몽브리송(Chateau Monbrison)이 각각 91점, 샤토 트롱쿼이 라란드(Chateau Tronquoy-Lalande)가 90점을 받았다. 이 와인들은 대체적으로 아직 반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인터넷 와인 판매점이나 로컬 와인가게에서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만약 보르도 와인을 좋아한다면 2015년 빈티지는 마시기에 또는 투자, 수집용으로 여러모로 필수품이 될 것 같다. 배문경 /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국제와인전문가

2018-02-15

[와인 & 스토리] 피에몬테의 왕, 세상과 작별하다

또 하나의 별이 졌다. 약 열흘전인 지난달 21일 전세계 와인매니아도 울고, 포도도 울고, 와인도 울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바롤로와 발바레스코와인의 왕으로 불렸던 브루노 지아코사(사진)가 다른 별로 떠났다. 88세를 일기로 그는 사랑하는 와인을 남기고 이승과 작별했다. 이탈리아에는 빼어난 와인생산자들이 별처럼 많고, 훌륭하다고 평가를 받는 사람도 모래알처럼 많지만 '천재'라고 불리는 단 한사람, 브루노 지아코사, 그가 떠난 것이다. 이탈리아 알바 소재 산 자라조병원에서 세상과 작별한 브루노 지아코사는 피에몬테는 물론, 이탈리아 전체, 나아가 세계적으로 '와인업계의 전설'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바롤로지방의 선구자로, 지난 60년동안 이탈리아 와인산업의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매우 까다로운 완벽주의를 추구해, 그가 만든 와인은 항상 최고로 인정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와인을 마시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3대째 내려온 지아코사가문의 포도 중개인 사업을 물려받아, 피에몬테지방에 있는 모든 포도밭의 구석구석을 누빈 인물이다. 흔히들 시골에 가면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안다고 하지만 지아코사도 와이너리의 수저 하나까지 완벽하게 파악한 것으로 유명하다. 피에몬테 구석구석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 지역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사들여 산토 스테파노 발바레스코의 첫 빈티지를 1964년에 만들어냈다. 아버지가 그랬든 그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농부에게 포도를 구입해 와인생산 첫 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그뒤 1982년 드디어 알바의 포도밭 25에이커를 사들여서 프랑스 버건디의 밭이름을 새기는 관습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지아코사 와이너리는 55에이커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지아코사의 포도밭은 랑게 지방에서 가장 뛰어난 크뤼, 즉 가장 비옥한 토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아코사 와인의 인기는 이 비옥한 땅에서 자라난 포도에 그의 고집스런 완벽주의가 깃들여짐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는 철저한 완벽주의를 지향,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조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는 아버지에게서 배운대로, 할아버지의 손맛을 그대로 따라 간다. 고집스런 전통주의자이다. 특히 자신이 모자라고 판단하는 와인은 결코 시중에 내다팔기 위해 병에 담지 않는다. 지난 2009년에는 2006년 빈티지의 바롤로와 발바레스코를 시중에 내다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모든 와인을 다른 중개인들에게 넘기기도 했다. 2006년은 바롤로 지방의 대박 빈티지중의 하나였지만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도 했던 해이기도 하다. 이같은 원칙을 지켜왔기에 지아코사의 명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네비올로포도로 생산되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 바롤로라면, 와인의 여왕은 발바레스코이다. 바롤로와 발바레스코 모두에서 최고이기에 지아코사는 피에몬테의 왕인 것이다. 피에몬테의 레드와인은 강건하고 진하며, 숙성되는 과정에서 더욱 그 수준이 향상된다. 지아코사가 한병에 40달러에서 1000달러를 훌쩍 넘는 와인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먹고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와인, 그래서 이탈리아 국민들이 즐겨찾는 바베라와인도 만들었다. 피에몬테의 알바와 아스티지역에서 재배되는 바베라포도로 만들어지는 와인이다. 바롤로와 발바레스코가 부담스럽다면 지아코사가 만든 바베라 알바로 지아코사를 느낄 수 있다, 2013년 빈티지가 26달러정도이니, 이 정도라면 우리도 부담없이 지아코사를 만날수 있는 것이다. 피에몬테에는 무려 3만5000개가 넘는 포도밭이 있다. 작은 면적임에도 그렇게 많은 포도밭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아코사의 이름은 최고였고, 그의 별세 소식에 이탈리아의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애도했다. 와인업계에서는 지아코사의 타계를 프랑스 버건디의 거장인 앙리 자이에의 별세에 비유한다. 로마네 꽁티보다 유일하게 인기 높고 또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와인들이 앙리 자이에의 와인들이다. 그가 생존했을 때 300달러에 팔리던 1996년 엣세죠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 8병이 6만1000달러에 팔렸고, 지금도 한병에 6500달러를 호가한다. 아마도 지아코사의 와인도 이제 더욱 희귀해지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지아코사와 작별한 2018년 1월, 그의 딸들은 여전히 지아코사 와이너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고집스런 완벽주의가 그의 딸들에게도 전해져서 지아코사의 성을 더욱 굳건히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배문경 /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국제와인전문가

2018-02-01

[와인 & 스토리] 종말 다가온 와인 인터넷 구매

요즘 전세계 구석구석마다 인터넷이 존재하고, 인터넷을 통해 마우스를 몇번 흔들고 클릭만 몇번 하면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다. 전세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손쉽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와인의 바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와인정보가 넘쳐나고 한푼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길들이 널려 있다. 덕분에 와인업자들의 경쟁은 치열해 지고 와인애호가들은 질좋은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와인 인터넷 구매시대'는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 적어도 뉴욕 등 36개 주민들은 폭탄을 맞았다. 타주 와인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더라도 와인을 배달해 주지 않는 황당한 시절이 온 것이다. 지난 2016년 미국을 대표하는 2개 택배업체인 UPS와 FedEx가 청천병력같은 통보를 했다. 각 주간의 거래를 허용한 워싱턴DC와 14개주를 제외한 36개주로는 와인을 포함한 주류 배달을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행법상 각 주간 와인 등 주류 배송에는 면허가 필요했지만 그동안은 이 법이 다소 애매모호하고, 거의 집행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각 주정부가 지난해 말 주류도매상들에게 각 주간의 와인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주류 배송 면허법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인터넷으로 타주에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주문하더라도, 배송이 되지 않아 더 이상 구매를 할 수 없게 됐다. 2005년 이전에는 와인업체들, 특히 도매업체들은 할러데이시즌 등 정기적으로 자신들이 취급하는 와인의 카탈로그를 소비자들에게 발송하는 방법이 타주의 고객들에게 와인을 알리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2005년 광대역 인터넷이 개발되고, 이제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사통팔달, 미전역은 물론 전세계를 그야말로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바야흐로 와인에도 인터넷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5년은 와인업계에 또 다른 혁명을 가져온 해였다. 연방대법원이 와인생산자와 와이너리의 타주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전에는 각 주정부가 소비자들이 다른 주의 와이너리에서 직접 와인을 사는 것을 금지시켰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로 이같은 제한이 사라졌고, 인터넷망과 결합하면서 그야말로 와인의 황금빛 인터넷구매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렇게 지난 12년동안 인터넷 와인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수없이 많은 와인소매상들이 50개주와 워싱턴DC 등에 와인을 자유자재로 팔아왔다. 인터넷 거인 아마존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존에는 1000개 온라인 와인상점이 입점, 8000여 종의 와인들을 전시하며 팔고 있었으나 지난해 12월31일로 아마존의 와인사업도 끝을 맺었다. 미국의 와인시장은 지난 2016년 기준 620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돈 70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이 거대한 시장의 절반정도를 상위 3개 도매업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인터넷 거래의 사기 위험, 미성년자의 음주 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금지시키는 로비를 시작한것이다. 도매업자들은 전국적으로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로비에 나섰고, 뉴욕주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주에서도 와인도매업자들은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에게 270만 달러를 기부한 반면, 와인소매상들은 67만8000달러를 기부하는 데 그쳤다. 자연히 도매업자들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뉴욕주는 뉴욕 외의 타주에서 와인 등 주류를 뉴욕내로 배송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을 지난 2016년 폐기했다. 타주에서의 주류 반입을 사실상 금지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타주로의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은 대형 도매상들이 살판 나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와인 등 주류의 타주 판매나 매입을 허용한 주는 모두 14개주와 워싱턴DC 등 15개 지역에 불과하고 36개주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도매업자들의 강력한 정치로비로 인해, 소매업자들이 주류를 이룬 인터넷판매에 제한을 가해 배송업체의 배송 거부로 인터넷 판매가 철퇴를 맞은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안타깝게도 주류의 타주 반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운이 좋으면 와인 배송을 받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인터넷으로 와인을 구매해도 배송을 받지 못한다. 주류의 반출입이 허용된 주는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루이지애나, 미주리, 네브라스카, 네바다, 뉴햄프셔,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오리건, 버지니아, 워싱턴DC,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등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인터넷은 소비자가 어떤 와인이던 그 와인이 어디에 있던 가격과 품질을 다 알아보고 주문할 수 있는 '마법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였다. 그러나 뉴욕 등 적어도 36개주에서는 이제 그런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연방대법원은 오는 6월 말 온라인쇼핑몰업체에 대한 판매세 징수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일부 온라인쇼핑몰은 판매세를 징수하지 않음에 따라 온라인 쇼핑객들은 절세를 누렸다. 대신 일부 쇼핑몰에 배송비만 지불하면 대부분 판매세를 내지 않고 어디에서든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이는 지난 1992년 연방대법원이 '온라인 업체의 매장이나 사무실등 물리적 시설이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거주하는 주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판매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사우스다코타 등 36개주가 판매세 징수에 나섰고, 일부 온라인쇼핑몰이 이에 반발하면서 결국 법정소송끝에 대법원까지 간 것이다. 와인 인터넷 판매도, 일반 온라인 쇼핑도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 판매를 넘어선 만큼 판매세 부과는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와인 인터넷 구매를 사실상 막는 것은 불합리한 일인 것같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배문경 /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국제와인전문가

2018-01-18

[와인 & 스토리] 카바 와인과 보내는 연말

어느새 세모다,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온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열심히 한해를 살았다는 안도와 함께 왠지 모를 아쉬움, 또 새로운 한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한해의 마지막을 보내며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만나 잔을 기울이는 일도 많아진다.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는 이때 생각나는 와인은 아무래도 샴페인과 스파클링와인이다. 샴페인의 본고장은 프랑스이지만, 샴페인 본고장의 제조기법대로 스페인에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은 카바이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샴페인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상당히 비싸고 고급스러운 와인이다. 보통 프랑스의 저렴한 와인은 10달러미만으로도 많이 구입할 수 있지만, 샴페인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20달러 이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만큼 샴페인은 와인중에서도 값비싼 와인에 속하는 것이다. 샴페인이 이처럼 비싼 것은 샴페인지방의 2차 발효의 독특한 제조방법때문이다. 스페인에서도 바로 이같은 독특한 제조방법을 그대로 따라서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의 비결대로 만들지만 가격은 한층 저렴해, 서민적인 가격표를 단 샴페인이라 불리는 것이 카바와인이다. 샴페인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흥미롭다, 샴페인은 다른 와인과 달리 2차 발효가 되면서 그유명한 버블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다. 또 이 과정에서 부유물이 생기게 되는데, 후에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두세가지 특별한 비법이 사용된다. 병들을 뒤집어 비스듬하게 45도 경사진 나무판(퓌피트르, Pupitre)에 구멍을 뚫어 꽂아두고 전문가가 하루에 한 번씩 한 방향으로 돌림으로써 무거운 침전물을 병 입구 쪽으로 가라앉히는 것이다. 이것을 르뮈아지(Remuage)라고 하며, 한달반에서 석달정도 계속해주면 침전물이 병목 부분에 쌓이게 되는데 이 부분을 순간 냉각으로 얼린 다음, 마개를 열어 내부 압력에 의해 침전물이 튀어나오면서 제거된다. 이 과정을 데고르쥬망(Disgorgement)이라고 하고, 침전물이 제거된 양만큼 감미조정액을 첨가하는 것을 도사주(Dosage)라고 한디. 도사주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코르크 마개로 완전히 봉하게 된다. 이렇게 병 속에서 2차 발효하는 방법을 전통적인 제조법이라고 하며 불어로는 메또드 샹쁘누아즈(Methode Champenoise)라고 한다.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 샴페인은 보통 스파클링 와인보다 버블이 더 섬세하고 오래 유지된다. 카바도 바로 이방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카바는 샴페인의 주요 포도품종인 피노누아, 샤도네, 피노 무니에와 다른 마카보(Macabeu), 파렐야다(Parellada)와 셰릴 로(Xarel-lo)라는 포도품종들로 만들어진다. 카바의 주포도품종인 마카보는 매우 단순한 맛이다. 흐린 레몬과 희미한 꽃향기들이 나며, 조금 쓴맛도 피니시에 느껴지는 반면 셰릴 로는 훨씬 강한 꽃향과 멜론맛이 풍긴다. 마지막 파렐야다 포도는 산도를 더해줘서 이 세 품종으로 인해 카바는 과실과 고소함이 균형잡힌 와인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카바는 스페인의 꼬르도뉴(Codorniu)와 프레시넷(Freixenet) 두곳에서 전체의 80%를 생산한다, 그렇다면 올해 세모를 함께 할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카바는 어떤 게 있을까? 와인잡지 등을 살펴본 결과 최고로 평가된 와인은 프레시넷 스파클링 꼬든 네그로 브뤼 카바(Freixenet Sparkling Cordon Negro Brut Cava)였다.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는 황금빛의 스파클링와인으로, 주로 라임향과 청포도, 배의 맛이 코를 자극한다. 잔밑바닥에서 줄기차게 쏫아오르는 황금빛 기포는 그저 바라보기만해도 기분이 업된다. 또 마셨을 때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지는 방울방울, 산뜻한 산도가 인상적이다. 전세계에서 이 카바는 1초에 3병씩 팔릴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카바를 대표한다. 흔히들 치맥을 말하지만 프라이드치킨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카바라고 해서 얕봐서는 안된다. 알코올농도 11.5도는 맥주를 훨씬 능가한다. 단순한 입가심이 아니라 술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정도의 알콜도수다, 한병당 가격은 12달러다. 두 번째로 유명한 카바는 안나 드 꼬도르뉴 카바 브뤼(Anna de Codorniu Cava Brut). 꼬르도뉴는 스페인에서 가장 처음으로 카바를 생산한 곳으로, 쉽게 말하면 카바의 고향이다, 1872년 처음으로 카바를 생산했다. 포도품종은 샤도네와 파렐야다로, 각각 절반씩 섞어서 만든다. 샴페인보다는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다른 카바보다는 약각 묵직하게 느껴진다. 알콜농도는 11.5도이며 한병에 14달러에 팔린다. 세 번째 소개할 카바는 세구라 비우다스 브뤼 레세르바 카바(Segura Viudas Brut Reserva Cava)로 스페인의 페네데스지역에서 생산된다. 포도품종은 마카보가 67%, 파렐야다가 33%다. 식사전 애피타이저로 적격이다. 한병당 가격은 9달러이다. 또 호메세라 브뤼 카바(Jaume Serra Cristalino Brut Cava)도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의 카탈루나지방에서 생산되며, 마카보와 파렐야다, 그리고 셰릴 로를 혼합해서 만든다, 12개월간 숙성시키며 훈제 연어, 캐비어등과 잘 어울린다. 이 와인도 한병당 가격은 9달러이다, 흔히 우리는 연말이 되면 샴페인을 떠올린다. 올해는 연말연시를 맞아서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산뜻한 카바 한잔 마시며 지난 한해를 되새기고 새해를 설계하는 것도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을 것같다.

2017-12-21

[와인 & 스토리] 2017년, 올해의 와인 <하>

와인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올해의 와인 두 번째 시간이다. 올해 5위는 2015년 프랑스 론지방의 기곤다마을 샤또 드 생콤(Chateau de St. Cosme)이며 43불에 95점을 받았고 4000케이스가 만들어졌다. 에너지가 풍부하며 강하고 타닌이 많은 반면 우아함도 어우러져서 지금 마시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와인이다. 70% 그리나쉬와 15% 무베드레, 14% 시라로 만들어졌으며 알코올 농도는 14.5%다. 4위는 2012년 카사노바 디 네리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Casanova di Neri Brunello di Montalcino)로 이탈리아 터스카니지방의 몬탈치노 마을 동쪽 끝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65불에 95점을 받았고 6054케이스가 생산됐다. 2006년 이 와이너리에서 만든 2001년산 Tenuta Nuova가 와인스펙테이터 선정 영예의 1등을 차지하기도 해서 와인업계에서 각광을 받는 와이너리다. 이 와인은 42개월 동안 캐스크에서 숙성되어 6개월을 병에서 숙성된 후 출시된다. 산딸기와 체리, 꽃향과 스파이스, 미네랄이 풍부하다. 이탈리아어로 '7개의 다리'라는 뜻의 세테 폰티지역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배경이 됐던 지역으로 해발 200~300m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졌다. 3위는 2014년 보르도의 좌완, 발삭에서 생산된 샤토 꾸테(Chateau Coutet)로, 37불이며 96점을 획득했다. Coutet는 불어로 '칼'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름과 같이 매우 정확하고 치밀하게 만든 디저트와인이다. 프랑스의 남서부, 대서양과 맞붙어 있는 지역의 온화한 기후에서 생산됐으며 20년 만에 가장 산도와 알코올이 풍부하며 균형을 잘 맞췄다 한다. 세미용, 사비뇽 블랑과 무스카델 포도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연휴 파티에 디저트 와인으로 곁들이면 더더욱 훌륭할 것 같다. 지난해에는 3위부터 1위까지를 모두 미국 와인이 석권했지만 올해는 영광의 1, 2위가 미국 와인이었다. 2위는 2014년 워싱턴주 왈라왈라 골짜기에서 시라로 만들어진 K로 45불이며, 95점을 받은 와인이다. 양파로도 유명한 왈라왈라에 2012년에 심어져 처음으로 수확된 포도를 껍질채 그 고장의 효모로 41일 동안 숙성한 후 27개월 동안 프랑스 오크통에서 숙성한 뒤 출시됐다. 매우 강하고 대담한 와인으로 생고기와 스파이스, 짙은 자두향과 부드러운 꽃향도 풍부하다. 왈라왈리는 워싱턴주의 나파밸리로 불리는 곳으로, 39위인 프레드릭 2014년산, 68위인 코만 자카리의 레더레드마운틴 2014년도 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올해의 1위는 2014년 덕혼멀로 쓰리팜스빈야드(Duckhorn Merlot Three Palms Vineyard)로 98불이며 95점을 획득했다. 1976년에 시작한 덕혼 와이너리는 멀로와인으로 한 획을 그은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와이너리 한 가운데 자리잡은 세 그루의 야자나무에서 이름을 따서 쓰리팜스빈야드로 명명됐다. 덕혼의 가장 유명한 포도밭이 바로 이번에 1등을 차지한 이 쓰리팜스 빈야드이고 1978년에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 항상 나파의 최고 멀로밭으로 인정받았다. 덕혼이 멀로로 유명한 것은 댄 덕혼과 부인 마가렛 덕혼이 프랑스의 생떼밀리옹과 뽀므롤지방을 여행할때 멀로와인에 깊이 매료된뒤 미국최고의 멀로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우리 와인 클럽의 11월 모임 주제는 와인스펙테이터의 넘버원 와인이었다. 똑같은 빈티지는 아니어도 똑같은 생산자와 똑같은 밭의 와인을 각자 구해오고 그중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을 1등으로 뽑아서 그 와인을 들고온 사람은 공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일등에 눈이 먼 나는 1991년에 일등을 했었던 1989 Beaucastel Chateauneuf de Pape를 어렵게 들고가서 일등을 했지만 아무리 똑같은 빈티지가 아니라도 와인스펙테이터의 일등 와인들은 하나같이 정말 멋지고 화려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와인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것을 발견한 점이다. 아마도 발표 직후보다 지금이 조금 더 가격이 내려간 것 같다. 톱10에 선정된 와이너리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이들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셔보고 공부하는 것은 와인애호가의 특권이다. 똑같은 빈티지가 아니더라도 같은 와이너리의 같은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이라면 톱10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톱10 와이너리만 한번 공부하면 사실상 전세계 와인산지를 두루 알 수 있기에 당신도 어느새 와인전문가가 될 것이다.

2017-12-07

[와인 & 스토리] 멀고 험한 와인명장의 길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쉬운 것은 없고, 와인 또한 마찬가지다. 와인의 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교를 다녀야 하고, 시험을 쳐서 자격증을 따야 한다. UC 데이비스와 코넬대에는 학사학위로 전공할 수 있는 와인학(Oenology)이 개설돼 있고, 학위는 아니지만,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와인업계 종사자를 위한 수많은 학교가 전세계에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고 유명한 와인학교 톱3를 알고 나면, 여러분도 와인을 연구하는데 궁금해질 수 있다. 이른바 와인계, 즉 와인업종의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학교는 코트 오브 마스터 소몰리에(Court of Master Sommelier.CMS)다. 중국무술 하면 소림사가 대명사이듯 와인학교, 와인자격증하면 코트 오브 마스터 소몰리에가 대명사인 것이다. 특히 소몰리에가 되고 싶다면 와인서비스 전반을 가장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이다. 이 기관은 지난 1977년 4월 설립됐지만 첫번째 마스터 소몰리에 자격증 시험은 1969년에 이미 영국에서 치러졌다. 이 학교의 재단은 와인제조회사들과 인스티튜트 오브 마스터 오브 와인, 영국 호텔-요식업 연합회, 영국의 와인앤스피릿연합회, 담배홀세일연합회등으로 구성돼 있다. 와인관련 주요단체들이 전부 참여하고 있으므로 자연적으로 그 권위 또한 최고인 것이다. 이 학교의 레벌은 4단계로 구성돼 있다. 레벨 1은 '입문'단계로 이틀간의 와인강의를 들은뒤 다지선다형의 시험에 통과하면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몇권 읽은뒤 시험을 치르면 합격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평이한 시험이다. 와인과 포도의 기본적인 지식과 맛만 터득하면 레벌1을 수료하게 된다 레벨2는 '자격'단계로 3종류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다지선다형과 단답형 시험을 거쳐야 하며 레드와인 2종, 화이트와인 2종등 모두 4종류의 와인에 대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와인서빙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 단계는 지난 2005년 12월 신설됐으며, 합격률이 60% 정도이다. 레벨3는 '고급'단계로 비로소 와인의 고수단계로 들어가는 시험이다. 1년에 두번씩 봄과 여름에 사흘간 강좌가 진행된다, 이 단계로 들어가면 전세계 와인 산지에서 포도와 와인의 종류는 물론 토양,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까지 꿰뚫어봐야 한다. 보통 1~2년의 강도높은 공부를 해야 붙을 똥, 말 똥하는 시험이다. 시험은 1년에 세번씩 치러지며, 단답식과 함께 이론적 지식에 대한 보다 장문의 답변이 필요한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6종류의 와인에 대한 블라인드테이스팅, 그리고 마스터 소물리에들로 구성된 패널의 구두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처럼 시험이 어려운 탓에 합격률은 30% 정도에 그친다 레벨 4는 마침내 그 이름도 거룩한 '마스터 소몰리에'과정이다. 와인에 관한 한 고수중 고수로 인정받게 되는 과정으로 최소한 와인업계에서 10년이상 종사해야 하며, 반드시 레벨 3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응시할 수 있다. 와인은 물론 맥주, 스피릿, 고객응대방법과 철학 등을 폭넓게 심사하므로 명장중의 명장을 뽑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시험은 이론에 대한 구두시험, 명장들로 구성된 패널앞에서의 6종류의 와인에 대한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서빙 등 3가지 파트로 진행된다. 보통 첫단계 구두시험을 통과하면 3년간 자격이 인정돼 3년내에는 구두시험이 면제된다. 쉽게 말하면 3차시험까지 있는데, 1차에 합격하면 3년간 1차를 면제시키고 2,3차 시험에 응시하게 해주는 것이다. 흡사 한국의 행정고시등과 비슷한 제도이다. 보통 1차에 합격한뒤 3년에 걸쳐 나머지 시험을 통과하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3년내에 2,3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모든 것은 도루묵이다. 1차 구두시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험 합격률은 1%에도 채 못 미치며 대부분의 마스터 소몰리에가 5번이상 도전끝에 명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마스터 소몰리에는 149명이며, 이중 24명이 여성이다. 이토록 어려운 시험이다 보니 종종 영화의 소재로도 등장한다. 두번째로 유명한 와인학교는 '인스티튜드 오브 마스터스 오브 와인(Institute of Masters of Wine)'으로, 마스터 오브 와인을 양성하는 학교다. 일단 이 학교에 입학하려면 WSET의 디플로마를 받거나, 최소한 WSET 디플로마와 동일한 등급의 디플로마가 있어야 하고, 와인업종에 5년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마스터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 학교 역시 지난 1955년 런던에 세워졌으며 첫번째 마스터 오브 와인시험은 이보다 2년 앞선 1953년 치러졌다. 입학신청자는 반드시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며 테이스팅 보고서, 그리고 마스터 오브 와인이 되려고 하는 이유 등을 서면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 시험은 지난 1983년까지는 영국내 와인 수입업자, 홀세일러, 소매업자등을 대상으로만 치러졌고 1988년 비로소 비영국인 마스터 오브 와인이 탄생했다. 지난달 27일 현재 마스터오브와인은 전세계적으로 29개국에 369명뿐이다. 이중 종주국격인 영국이 208명, 미국이 45명, 호주가 24명, 프랑스가 16명등으로 5개국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나머지는 9개국이 각각 1명식을 배출했다. 세번째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와인학교는 '와인 앤 스피릿 교육재단(Wine and Spirit Education Trust.WSET)'이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소몰리에가 되려는 사람이 아닌 와인관련 수출입, 와인 생산, 또 레스토랑이나 와인가게등을 운영하려는 사람에게 적합한 학교다. 역시 레벨 1부터 레벨3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레벨1,2를 통과한뒤 등록할 수 있는 레벨3는 4개월과정으로, 이 과정을 마친뒤 두개의 와인을 블라인드로 맞추는 실기와 단답식과 이론적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레벨 3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 시험도 단번에 합격한 내가 두 번씩이나 고배를 마시고 2전3기끝에 세 번째 합격한 시험이기도 하다. 레벨3을 마치면 디플로마를 도전할 수 있다. 디플로마는 2년정도의 시간에 걸쳐 6개의 시험을 합격해야 수료 받을수 있다. 지금 현재 나도 디플로마 코스에 등록해 있다. 이 와인학교는 주로 미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뉴욕과 아칸소, 펜실베이니아, 워싱턴에 그 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같이 와인을 깊이 공부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와인은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이니 반드시 와인학교까지 찾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간단한 와인입문서 한두권을 접해서 와인의 역사와 이야기들을 배우면 그 맛은 더욱 배가될 수 있다.

2017-11-09

[와인 & 스토리] 화염에 휩쓸린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

사망자 최소 42명, 주택과 빌딩 등 완전히 불에 탄 부동산 7000채, 피해 면적 20만 에이커. 지난 8일부터 캘리포니아 일대를 뒤덮은 화마가 남긴 상처다. 특히 나파와 소노마, 그리고 멘도치노 등 3개 카운티의 피해가 컸고, 산타로사 지역의 피해 면적만 3만6000에이커에 달하며 이 지역에서만 주택 2800채가 불탔다. 이들 카운티 역사상 가장 큰 화재 참사다. 거대한 불덩이가 휩쓸고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부가 서로 끌어안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고 아버지가 아들을 구하려다 숨지기도 했다. 60대 부부는 자기 집 수영장에 6시간 동안 숨어 있다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엄청난 화마가 남기고 간 슬픈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미 전역을 휩쓸었다. 이번 화마에서 큰 상처를 입은 나파와 소노마, 멘도치노 카운티 등은 미국에서 가장 큰 와인 산지 중 하나여서 와인 애호가들은 더 큰 아픔과 슬픔에 잠겼다. 캘리포니아주의 와인 산업의 규모는 연간 340억 달러, 와인 외에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관광 수입까지 합치면 580억 달러에 달한 다. 와인 산업은 매년 캘리포니아주에 우리 돈으로 60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화마는 와인 산업, 나아가 캘리포니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셈이다. 캘리포니아 포도 재배 지역 25만 에이커 중 약 10만 에이커 정도가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에 몰려 있다. 캘리포니아에 크고 작은 양조장이 4700개 정도가 있지만 규모가 크고 유명한 와이너리는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에 몰려 있고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 와인 산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나파 지역은 올해 포도 수확의 약 80%에서 85%, 소노마카운티는 89% 수확을 마친 시점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다. 또 캘리포니아 지역의 와이너리는 물을 대는 시스템, 즉 관개시스템이 비교적 잘 정비돼 있어 포도밭들이 건조하기보다는 약간은 젖은 땅에 가까워 불길이 많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파카운티에 와이너리가 많지만 직접적 피해를 입은 와이너리는 50개에 조금 못 미친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과 3남이 경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다나 에스테이츠'도 화마가 비껴감으로써 기적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 330개 와이너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나파밸리 와이너리협회가 직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해를 입은 와이너리는 50개에 조금 못 미쳤고 회원 와이너리들은 90% 수확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나파카운티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와이너리가 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와이너리는 그래도 피해가 적은 것이다. 그러나 불타지 않아 직접적 피해를 면했더라도 치솟는 불길로 전체적으로 이 일대의 기온이 올라갔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연기가 포도밭 전체를 뒤덮었다. 이는 화마의 간접적 피해로 불길은 피해도 불길의 여파에 따른 손실은 매우 커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미 수확한 2017년 포도를 으깨는 과정은 미루어질 수밖에 없고, 숙성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와인 탱커들은 정전이 됨에 따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솥단지가 되고 말았다. 특히 큰 문제는 화염에 따른 연기와 매캐한 냄새, 흔히 불이 났을 때 불쾌감을 주는 연기가 모든 포도밭을 감싸고 있고, 와이너리 곳곳에 깊숙히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포도나무가 연기에 질식된 것이다. 따라서 2017 빈티지는 그 어느 빈티지보다도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라는 역설적 전망까지 나돈다. 매연 때문에 당연히 더 스모키해질 수밖에 없고 연기에서 나오는 탄소, 질소, 황산 등이 유발하는 스파이시한 맛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화마의 간접적 피해는 올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하다. 아마도 올해, 그리고 앞으로 2~3년간은 그동안 캘리포니아 와인에서 맛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면을 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산불을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한마디로 말하면 지구 온난화이다. 지난달 미국 평균 기온이 섭씨 19도로 예년보다 1.4도나 높았다. 반면 지난달 미국 전체의 강수량은 60밀리미터에 불과, 기상 관측 123년 만에 세 번째로 건조한 날씨였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미국 전체가 건조해졌고, 불이 나자 마른 낙엽을 태우듯 순식간에 산 전체가 가마솥으로 변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와인 산업의 피해, 특히 화재로 인한 피해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호주에서부터 시작됐다. 신대륙 와인의 대표적 산지인 호주에서는 2003년 캔버라 지역의 산불로 400만 달러 피해를 입었고, 2004년에도 불이 나 700만 달러 피해를 입었다. 이 모두가 지구온난화로 땅 전체가 건조해지면서 불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하지만 호주 와인 산업의 피해를 이번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피해와 비교하면 코끼리에 비스켓 격으로,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가 더 크다. 바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됐지만 그 협약은 깨지기 직전이고 온난화는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나파카운티와 소노마카운티 와이너리에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와인 애호가들은 이들 카운티에 복구자금을 기부하기도 한다. 과연 올해 캘리포니아 와인 맛은 어떨까? 이 지역 와인을 한 병씩 사서 즐기는 것, 그것이 와인 애호가들의 또 다른 의무가 되고 있다.

2017-10-26

[와인 & 스토리] '치와'와 '치맥' 와인 건강학

요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것이 치맥이다. 너도 나도 저녁에 '치맥 오케이?' 하는 게 인사말처럼 될 정도로 치킨을 안주로 맥주를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치와'는 무엇일까.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치와'란 내가 지어낸 말이다. '치킨을 안주로 와인을 즐기다' 이런 뜻이다. 아마도 치와에 어울리는 와인은 레드 와인일 것이다.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 과연 '치와'와 '치맥' 중 어떤 것이 다이어트에 좋을까? 모든 독자들의 희망은 어떻게 하면 날씬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를 외치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 마지막 3킬로그램만 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오늘부터 15킬로그램 감량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체중과의 전쟁은 끝이 없다. 그렇다고 그토록 즐기던 치와와 치맥을 끊을 수도 없다. 오늘은 치와와 치맥은 물론 술의 칼로리를 완전 해부하고, 와인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려 한다.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은 보통 500cc(500ml) 맥주 한 잔에 치킨 두 조각 정도를 먹는다고 가정하면 약 600칼로리를 섭취한다. 치킨 한 마리가 보통 1900칼로리에서 2000칼로리 정도로 10조각이라면 한 조각에 200칼로리 정도, 따라서 치킨 두 조각은 약 400칼로리 정도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맥주 500cc 한 잔의 칼로리는 알코올 농도를 5%로 가정하면 175칼로리, 그래서 맥주 500cc 한 잔에 치킨 두 조각을 폭풍흡입하면 575칼로리 정도를 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술의 칼로리는 어떻게 계산할까? 알코올 도수는 술의 총중량에 대비해 그 안에 포함된 알코올의 양을 %로 표시한 것이다. 맥주가 알코올 농도 5%라면 맥주 100ml 중에 알코올이 5ml 포함됐다는 뜻이다. 알코올 1g의 열랑은 7칼로리 정도, 1g은 대략 1ml 정도이므로 알코올 농도 5% 맥주 100ml의 열량은 35칼로리가 된다. 따라서 맥주 500ml라면 175칼로리가 되는 것이다. 맥주 1캔은 355ml이므로 열량은 약 125칼로리 정도다. 알코올 농도 11%에서 14% 정도의 와인 150ml는 123칼로리 정도라는 것이 구글 검색결과다. 750ml의 와인 1병이라면 열량은 약 650칼로리에 조금 못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와인 2잔 정도와 치킨 2조각 정도라면 약 650칼로리 정도를 섭취하는 셈이다. 치맥보다 치와의 칼로리 섭취가 약간 더 많은 것이다. 소주의 열량은 얼마나 될까. 소주가 예전에는 알코올 농도가 25% 정도였지만 요즘은 순한 소주가 유행하면서 알코올 농도가 19%에서 20%내외다. 소주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슬'이는 알코올 농도 20.1%, 항상 처음과 같아라는 뜻의 소주는 알코올 농도가 19.5도다. 소주의 알코올 농도를 20%로 가정한다면, 이는 소주 100ml에 알콜 20ml가 함유된 것을 말한다. 소주 1병이 360ml이므로, 알코올량은 72ml이며, 여기에 알코올의 열량 7칼로리을 곱하면 소주 1병의 열량이 나온다. 어림잡아 504칼로리 정도인 것이다. 생맥주 500cc 한 잔은 175칼로리, 맥주 1캔은 125칼로리, 와인 1병은 650칼로리, 소주 1병은 504칼로리 정도로 볼 수 있다. 과연 어떤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와인도 결코 칼로리가 적은 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 와인의 열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은 당과 밀접한 관계이며 스윗한 와인일수록 탄수화물이 더 많이 들어있다. 탄수화물 1g의 열량은 4칼로리 정도다. 우리 몸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알코올 독소를 분해하기에 바빠서 몸의 신진대사를 저해하므로 우리가 마신 탄수화물이 그대로 지방으로 축적될 수도 있다. 즉 다이어트 중 와인을 마신다면 알코올 농도와 탄수화물, 당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와인 레벨에는 알코올 농도 외에는 다른 음식처럼 영양정보가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상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육고기류에 어울리는 레드 와인은 생선 종류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보다 알코올 농도가 높다. 즉 열량이 높다는 뜻이다. 또 와인생산지로 살펴보자면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일수록 당도가 높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도 높아진다. 당도와 알코올 도수가 동시에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산 와인보다는 미국과 남미 와인이 칼로리가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20%를 넘으므로 와인 중 가장 열량이 높다. 와인이 다른 술보다 다이어트에 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시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며, 성경 말씀도 그렇다. 세계를 휩쓴 메디테리안다이어트, 즉 지중해식 다이어트에서도 하루 한 잔의 와인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 성경 말씀은 와인이 건강에 좋음을 입증하는 가장 큰 '우군'이다. 성경에 와인이 무려 521번 언급돼 있다. 예수님만큼은 아니지만 와인에 대한 언급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대홍수가 휩쓸고 간 땅에 노아는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담가 마셨으며 '와인은 인간의 기쁨을 위해 만들어 진 것' '물만 마시지 말고 위장을 위해서, 그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와인을 드시오' 하며 와인 권주가를 방불케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신이 인간에 내려준 선물 중 와인만큼 위대한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는 와인 예찬론을 남겼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와인은 인류와 함께 하며 건강지킴이로 인식돼 온 것이다. 적당량의 술은 이틀에 한 번 마시되 그게 와인 한 잔 정도라고 했다. '술은 백약의 으뜸이지만, 만 가지 병은 술에서 생긴다'라는 말도 있다. 적당히 즐길 때는 약이 되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와인을 마실 때는 알코올 농도와 당도 등을 확인한 뒤 노래 한 곡 부르고 싶을 정도의 적당한 양을 즐기시기를 권한다.

2017-10-12

[와인 & 스토리] '그리움의 고장' 프랑스 샴페인을 가다

나는 샴페인에 왔다. 내가 반드시 찾고 싶었던 곳, 그 그리움의 고장, 프랑스의 샴페인이다. 프랑스식으로 발음하면 상파뉴, 샴페인을 흔히 나이트클럽에서 생일축하 노래와 함께 터뜨리는 폭죽정도로 생각하는 한국문화 때문에 고급스럽고 우아한 샴페인의 진미를 전도하고 다녔던 나였다.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마셔본 샴페인이지만 처음 느껴보는 샴페인 마을은 샴페인의 생생한 버블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풍요롭고 평화스럽다. 수확이 최근 끝난 포도밭들은 아직도 푸른색이다. 내가 첫번째로 찾은 곳은 샴페인의 어머니로 불리는 뷔브 클리코 샴페인 하우스였다. 뷔브 클리코는 샴페인 제조법의 제일 중요한 발효의 정주과정과 모든 샴페인병에 들어가는 버섯같이 생긴 코크를 발명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곳은 샴페인 고장의 라임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명성답게 무지하게 멋지고 큰 지하 카브가 있다. 이제까지 몰랐는데 샴페인 지하 카브는 거의 다 지하 동굴로 연결이 돼있어서 지하 지도도 만들어졌고 마침내 2015년 샴페인의 지리, 토양과 지하 카브는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단다. 두번째 방문한 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돔 페리뇽 샴페인을 제조하는 모에 샨돈 하우스였다.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에퍼네 동네 한가운데에 위치했다. 샴페인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디스고지(효모를 제거하여 정주하는 과정)만 안하면 생생하다는 말을 입증하듯 수백년의 도도한 역사를 품은 몇십만병의 샴페인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샴페인에서 또하나 유명한 것은 이곳의 토양인 석회암이다. 손톱으로 찔러도 푹 들어가는 이 고장의 토양은 물이 잘 빠지고 미네랄이 풍부해 샴페인의 특유한 미네랄리티를 선물하기도 한다. 보통 프랑스의 저렴한 와인은 10달러 미만으로도 많이 구입할 수 있지만, 샴페인은 아무리 싸다고해도 25달러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샴페인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아무래도 샴페인 지방의 특별한 '제조 비법' 때문일 것이다. 샴페인은 보통 와인과 다르게 모든 포도송이들을 손으로 따야한다. 또 1차 숙성을 한 뒤 2차로 샴페인에서 발명된 독특한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샴페인이 특별한 이유는 샴페인 내에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샴페인 한 병 한병 와인 메이커의 손을 거치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악마의 장난'으로 불리는 샴페인의 거품은 바로 이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고귀하고 정성어린 제조과정을 알고 나면 샴페인이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샴페인은 흰색이지만 주원료가 되는 포도는 삐노 누아르(Pinot Noir)나 삐노 므니에(Pinot Meunier)란 적포도 품종이다. 물론 샤도네이(Chardonnay)를 포함해 다른 여러 가지 포도도 함께 블렌딩해서 만든다. 다른 화이트나 레드 와인과는 달리, 보통 하우스 샴페인은 매해 맛이 똑같아야 한다. 그래서 샴페인 하우스의 와인 메이커는 그 하우스의 독특한 '맛'을 매년 만들어 내려고 여러가지 포도를 블렌딩하기 때문에 어쩌면 화학자라는 감투가 더욱 어울릴 정도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그렇지만 빈티지(Vintage) 샴페인은 수확이 뛰어난 해의 포도를 와인 메이커가 그해의 와인을 자기의 개성에 맞추어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며 적어도 3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것으로 가격이 비싸다. 이는 프랑스의 가장 북쪽에서 수확되는 샴페인의 포도는 일반 포도보다 작고 수확량도 워낙 소량이며 와인과 달리 매년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빈티지 샴페인은 가격이 비싸고 더욱 고급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샴페인을 추천하라면 1976년, 1996년, 2000년, 2002년의 빈티지를 권하고 싶다. 세기의 빈티지라 불리므로 아마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둘째, 난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은 2~3개의 빈티지를 블렌딩해서 만든 것으로 전체 샴페인의 85%를 차지한다. 셋째, 로제 샴페인은 소량의 레드와인을 첨가한 것이다. 넷째, 블랑 드 누아르(Blanc de Noire) 샴페인은 적포도 품종인 삐노 누아르(Pinot Noir)나 삐노 므니에(Pinot Meunier)만 사용해서 만든다. 다섯째,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 샴페인은 백포도 품종인 샤도네이(Chardonnay) 품종으로만 만들어진다.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와인전문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한국인들의 눈길을 끄는 장면은 주인공이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감칠 맛 나는 김치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찾아내는 순간이다. 수 백개의 와인 중에 한국의 맵고 짠 음식, 특히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백방으로 찾아 헤맨 끝에 '샴페인'이라는 답을 찾아냈다. 주인공은 샴페인과 김치의 조화를 '불의 마술'이라는 시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처음엔 불처럼 김치의 매운 맛이 느껴지지만 불이 비둘기처럼 변해 날아가는 마술과 같은 와인이라며 김치와의 환상적인 궁합을 묘사했다. 또한, 샴페인은 김치와 더불어서 일본 음식, 특히 초밥과도 잘 어울린다. 흔히 한국인들은 축하할 일이 생기면 먼저 샴페인을 떠올린다. 이 가을, 샴페인을 먼저 준비하고 축하할 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미처 깨닫지 못할 뿐, 세상엔 감사하고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외쳐야 할 수많은 이유가 널려 있다. 이같은 깨달음이 바로 샴페인의 긍정적 역할이 아닐까.

2017-09-28

[와인 & 스토리] 꿈에 그리던 보르도에서

나는 지금 와인 애호가들이 '성지'라고 부르는 프랑스의 2대 와인 산지 보르도와 부르고뉴 중 보르도를 여행하고 있다. 막 수확을 시작한 이 지역은 폭풍전야처럼 조용하지만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롱드강의 오른쪽, 이른바 우안의 생테밀리옹은 전세계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비고, 나란히 줄이은 와인 가게들의 종업원들은 손님을 잡으려고 이리 저리 분주히 뛴다. 온통 설레임과 흥분, 분주함으로 가득한 축제, 그 자체이다. 반면에 "요즘엔 보르도도 불경기?"라는 소문이 사실인 듯, 길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 테이스팅을 해 준다는 난리 속에 잠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게에 들어서면 직원들이 와인에 대한 질문으로 손님의 와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판단한 후 아, 이사람이 와인에 대해 많이 알고 있구나! 관심이 많구나! 하고 판단되면, 바로 추가 영업에 돌입한다. "저희 매장 지하의 와인 셀러로 모시겠습니다. 지하로 내려가실까요?"하며 지하 와인 셀러로 극진하게 모신 다음, 더 비싼 와인들을 줄줄이 내놓고 마셔보기를 권한다. 물론 무료다. 이런 생테밀리옹 거리의 모습은 마치 백화점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화장품 코너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옛말은 틀리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이 공짜'라고 했던가. 몇년 전 버건디(부르고뉴)에서도 놀랐지만, 현지에서 팔리는 와인 가격은 미국보다 엄청나게 비싸다. 그 비싼 가격을 짐작하면서도 지갑을 열게 하는 매우 공격적인 세일즈 전략이 이 비싼 와인을 무료 테이스팅 하는 것이다. 나도 한 가게를 방문했다가 보기 좋게 공격적 세일즈의 먹잇감이 됐다. 이 가게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한 텔테르 로트보프라는 와인이 마음에 쏙 들었고, 가격을 물어보니 1986년산이 290유로라고 했다. 지금 환율로 약 350달러다. 스마트폰으로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을 검색해 보려니 인터넷이 안 터졌고, '그래 여기까지 와서 뭐, 결심했어'하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주인 아저씨와 작은 실랑이가 생겨 못 사게 됐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이후에 인터넷으로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을 알아 보니 약 130달러면 살 수 있었다. 하마트면 3배나 비싸게 살 뻔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바가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비싼 공짜술을 마신 '업보'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안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한 가게의 직원 손에 이끌려서 들어간 가게에서 너무나도 친절하고 후덕한 시골 인심을 가진 한 와이너리 주인을 만나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바로 보르도의 5대 샤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토 페트뤄스, 바로 그 페트뤄스의 원래 소유주였다. 샤토 페트뤄스는 로르도의 우안, 즉 지롱드강의 라이트뱅크 포므롤 지역 와이너리다. 5대째 내려오는 와인 집안에서 5년 전 샤토 Guadet이라는 와이너리를 물려 받았고 지난해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 생산자 상을 받은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소박하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그의 모습에서 뿌리깊은 전통과 역사, 그것이 만들어 낸 위엄과 겸손을 느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올해 프랑스 와이너리의 작황은 어떨까? 궁금해서 알아 봤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올해 프랑스 와인은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와인들을 좋아한다면 지금 당장 사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랑스 와인 산지에는 올해 봄, 때 아닌 서리가 포도밭을 휩쓸고 지나감으로써 초토화됐다. 프랑스 전체적으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이는 지난 최근 5년 평균 수확량보다도 16%나 줄어든 것이다. 1991년 이후 26년 만에 최악의 작황을 맞았고 특히 보르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보르도 일부 와이너리의 수확은 지난달 21일에 시작됐다. 예년보다 열흘 빠른 것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수확이 시작됐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포도의 품질을 약간 높이기는 하였지만 봄서리 때문에 일부 보르도 지역 포도밭은 70%의 손실을 입는 등 보르도 전체적으로 46%나 포도 수확량의 감소가 예상된다. 잘 알다시피 보르도의 5대 산지는 레프트뱅크인 메독과 그라브, 소테른, 라이트뱅크인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이다. 레프트뱅크는 카베르네 소비뇽, 라이트뱅크는 메를로를 주로 생산한다. 이중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라이트뱅크인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이며, 포도 품종으로는 메를로이다. 그라브도 라이트뱅크 정도는 아니지만 메를로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으로 레프트뱅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5대 샤토만 놓고 보자면 4개는 레프트뱅크의 메독에, 1개는 레프트뱅크의 그라브에 위치해 있다. 5대 샤토 중 샤토 오브리옹만이 그라브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샤토 오브리옹이 서리 피해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제일 높다. 또 5대 샤토를 제외하면 라이트뱅크인 포므롤에서 5대 샤토만큼 유명한 샤토 페트뤄스의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메를로를 주로 생산하는 라이트뱅크의 와인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레프트뱅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보르도 와인은 블랜딩이다. 레프트뱅크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원료로 해서 메를로를 섞는다. 따라서 2017년 보르도 와인 가격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고, 라이트뱅크의 인상폭이 더 클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므로 5대 샤토도 이번 빈티지는 많이 오르게 될 것 같다.

2017-09-14

[와인 & 스토리] 안데스를 품은 남미 와인

남미에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두 나라가 와인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이 칠레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뒤 제일 많이 소비되는 와인도 아마 남미 와인일 것이다. FTA가 맛있는 남미 와인을 싸게 마실 수 있는 이유다. 아르헨티나 와인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프랑스가 원산지인 말벡이 있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말벡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벡 포도 품종은 아르헨티나 와인의 힘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요 말벡 와인들 중에서 보데가 노통은 아르헨티나의 중저가 와인들 중에서 소비자의 호평을 받는 와인이다. 좋은 빈티지의 펠리페 루티니 말벡은 견고한 구조를 지녔으며 은은한 오크 향 덕분에 우아하기까지 하다. 타피스는 미국의 거대 와인회사 켄달 잭슨이 소유한 브랜드로, 1990년대 초반 수출시장에 맛있고 가격도 적당한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스파이시한 블랙베리향의 말벡 리제르바는 와인 애호가들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아르헨티나의 고급 와인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1세기 가까이 지속된 정치적 불안정과 경기침체를 막 벗어나던 시기였다. 아르헨티나 와인을 이야기하자면 칠레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칠레의 대표 와인은 칼메니에 와인으로, 당시 칠레는 말벡과 칼메니에 포도품종의 재배방식에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국제적인 입맛에 맞도록 변화시켰고, 그 와인에 더 높은 가격을 매겨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와인산업을 재창조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가장 혁신적인 와이너리들은 칠레의 방식으로 와인산업을 성공시켰다. 이 후로 아르헨티나 와인산업은 꾸준히 발전됐으며, 많은 아르헨티나 와인들이 단순하고 거친 것들이 남아있지만 현대적인 품질과 가격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결국 아르헨티나 와인의 현대화는 성공했고 지금은 전 세계 36개국, 70개 이상의 도시로 수출되고 있다. 안데스산맥의 영향을 받은 포도나무들은 가파른 경사면에서 자라며, 강하고 스파이시한 느낌의 말벡, 시라, 템프라니오가 이곳에서 생산되며 대부분 블렌딩 와인이다. 따스하면서도 건조한 기후와 안데스산의 눈이 녹아 흐른 물을 마시면서 자란 포도나무들이 와인을 만드는 최상의 컨디션을 지니고 있다. 아르헨티나 와이너리들이 가장 자랑하는 것이 오염과 공해가 전혀 없는 깨끗한 자연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들어지는 와인이라는 것, 또 고도가 높아서 중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5대 샤또 수준의 아오윤 와인처럼 깊은 산맥의 기를 받은 것도 장점일것이다. 와인 생산량 세계 5위인 아르헨티나에는 4개의 주요 와인 생산지가 있고 가장 중요한 곳이 멘도사이며 산 후안, 라 리오하, 살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중 멘도사는 주도적인 와인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와인산업의 핵심이다. 아르헨티나의 90% 이상 포도밭을 가지고 있고 생산되는 와인들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산악성 기후인 해발 900~1100m의 고지대에서 주로 말벡이 재배된다. 한편 칠레는 길이가 무려 4345km로 우리나라보다 4배나 길지만 폭은 좁은 곳이 154km에 불과할 정도로, 길게 뻗은 나라이다. 따뜻하고 건조하며 밝은 햇살이 비치는 지중해성 기후가 포도가 자라기에 안성맞춤이어서, 가성비가 훌륭한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칠레 와인도 고도가 높은 곳에서 생산된다는 점도 중국 최고가의 와인인 아오윤 와인과 비슷하다. 칠레 북부의 아콩카구아밸리와 카사블랑카밸리, 칠레 중앙의 마이포, 라펠, 쿠리코, 마울레 밸리 등 골짜기 계곡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칠레 남부도 비오비오, 이타타 등의 밸리 지역에서 생산된다. 한국에서도 칠레 와인은 유명하다, 1990년대말부터 칠레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으로 잘 알려진 '몬테스' 와인이 한국에 수입돼, 명품 와인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7-08-31

[와인 & 스토리]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즐길까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8월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위가 덜하고 훨씬 선선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다. 이때쯤 누구나 한번쯤 찾는 곳이 노래가사처럼 '별이 쏟아지고' '젊음이 숨쉬는' 해변이다. 그렇다면 수영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에 들어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떤 와인을 선택하고 어떻게 즐길까 하고 고민에 빠지고 비결은 없을까 궁금해 한다. 바로 그때 적합한 말이 '수영을 잘 하려면 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양한 와인을 많이 마셔보는 것 만한 와인 선택 비법이 없다. 다양한 와인을 접해야 와인에 대한 '눈'이 뜨이는 것이다. 그래도 비결이 필요하다면 몇가지 기본적인 상식을 알고 응용하면 와인을 훨씬 잘 선택하고 멋드러지게 즐길 수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비법은 상술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백화점을 찾으면 '한정판' '매니저 추천 상품'이란 말을 많이 접하고 식당을 찾으면 '오늘의 셰프 추천 요리'라는 팻말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희소성'과 '원조' '장인' 등의 단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와인과 스페인 와인을 고를 때 종종 '리저바(RISERVA)'라는 라벨을 단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라벨은 좀 더 숙성시키고 오크통을 좀 더 써서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비싼 돈을 들이거나 소장할 정도의 가치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와인가게에서 '셀러 실렉션' '캐스크 서치 앤 서치' 등의 문구가 묻은 와인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너무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탈리아 와인을 고를 때 궂이 리저바를 택하여 비싼 돈을 투자할 정도의 가치는 없다. 그렇다면 와인을 고를 때 빈티지를 봐야 할까, 생산자 즉 와이너리를 보고 골라야 할까. 정답은 생산자다. 생산자가 포도 재배 지역이나 포도밭보다 더 중요하다. 어느 곳에서 생산되든 와인 제조업자의 능력을 살피는 것이 좋은 와인의 훌륭한 요소가 된다. 훌륭한 와인 제조업자의 오랜 경험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는 없다. 만약 훌륭한 와인업자의 값비싼 와인을 살 수 없다면 그 업자의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와인을 마시는 잔은 어떤 잔이 좋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어떤 잔이 좋을까 헷갈릴 때는 가능한 한 큰 글라스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와인은 후각과 미각이 함께 하고 시각까지 동반된다고 할 수 있다. 글라스가 클수록 와인과 공기가 접하는 면적이 커지면서 훨씬 더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면적이 넓을 수록 와인의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와인 애호가들은 대부분의 와인, 대부분의 장소에서 큰 와인글라스를 권한다.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와인의 온도다. 대부분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을 불문하고 불특정한 온도에서 서빙됨으로써 제맛을 잃게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너무나 차갑게 서빙되는 경우가 많아서 심하면 얼얼함이 베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차가움이 와인 특유의 향을 없애고 와인 고유의 델리케이트한 맛을 느끼기 힘들다. 반대로 레드 와인은 상온과 비슷한 온도로 서빙되는 경우가 많다. 차지 않거나 따뜻하게 마시면 와인의 힘이 풀리고 맛이 없다. 니맛도 내맛도 아닌 정체불명의 와인맛이 되는 것이다. 모든 와인은 선선하게 보관하고, 서빙하는 것이 정답이다. 와인글라스에 뿌연 안개가 낄 정도로 차가워서는 안되며, 신선함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차가워야 한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섭씨 7도에서 10도, 레드 와인은 섭씨 10도에서 13도 사이에 서빙하면 좋다. 과연 와인을 마셔야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까. 즉 와인을 언제 마셔야 가장 뜻깊게 마시는것이냐 하는 것이다. 내 친구가 5대 샤토의 와인을 사서 특별한 때 마시겠다고 보관했다. 그 친구의 아들 결혼식 때 와이프가 그 와인을 마시자고 하자, 그 친구는 '그건 매우 특별한 때를 위해 아끼고 있어'라고 말했단다. 특별한 때는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와인이 너무 늙어버릴 수도 있다. 너무 아끼기 보다는 와인의 특성을 고려해서 내가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가 그날이다. 마시는 날이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와인은 잔에 따를 때 레드 와인은 3분의 1정도, 화이트 와인은 3분의 2정도, 스파클링 와인은 4분의 3정도를 채우며, 일반적으로 와인글라스의 볼록한 부분의 아래까지만 따르는 것이 예의다. 또 와인을 마실 때는 바닥이 드러나게 다 마시면 실례다. 바닥을 드러내면 그만 마시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와인을 받을 때는 한국에서 술잔을 받을 때 처럼 두손으로 잔을 들어서 받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 받아야 한다. 잔도 길고 와인병도 길기 때문에 잔을 들어 받으면 따라주는 사람은 더 높이 병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와인잔으로 건배할 때는 잔을 살짝 든 뒤, 볼록한 부분을 살짝 부딪혀야 한다. 소주잔을 건배할 때처럼 끝부분을 부딪히면, 와인글라스가 부서진다. 와인을 고르는 법, 와인의 본래 맛을 최고로 유지하는 법, 와인을 마실 때의 에티켓을 간단하게 알아봤다. 미국 속담에 카네기홀에 선다는 사람에게 카네기홀 가는 법을 아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카네기홀이 어디 어디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간다고 대답한다. 그때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말한다. '프랙티스, 프랙티스, 프랙티스'. 연습만이 카네기홀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을 자주 접하는 것만이 와인을 멋지게 즐기는 지름길인 것 같다.

2017-08-17

[와인 & 스토리] 대항해끝에 탄생한 마데이라 와인

포르투갈에서 1000km나 떨어진 대서양 망망대해의 외로운 화산섬, 흡사 독도를 연상시키는 제주도 절반크기의 이 화산섬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의 고향이다. 이름하여 마데이라제도. 이 섬에서 탄생한 마데이라와인은 가장 오랫동안 보관하며 마실수 있는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데이라와인 뒤에는 세계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험과 사기, 거대한 땅을 발견하려는 탐험가들의 성공과 실패, 영화나 무협지에 나올만한 무용담과 함께 뭇 사나이의 가슴을 적셨던 전설적 와인이 살아숨쉬는 곳이다. 또한 미국의 탄생과도 뗄려야 뗄 수 없는 와인이 바로 이 마데이라와인이다. 나도 마데이라제도에 갔었지만, 검푸른 바다와 맞닿은 절벽과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가파른 산, 바로 이 험한 땅에는 멋진 포도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해질녁 바다위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마데이라와인 한잔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마데이라와인의 역사는 15세기, 그러니까 14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좋은 말로는 탐험이지만 실제로는 점령의 야망에 불타던 포르투갈왕자가 마데이라제도를 점령한뒤 울창한 숲을 모두 없애버리고 포도를 심으면서 부터 마데이라와인의 신화가 시작된다. 마데이라 라는 말 자체가 숲을 의미할 정도로 이 섬의 토양은 비옥했다. 대항해시대, 즉 탐험과 발견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1400년대부터 마데리아제도는 동인도제도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간기착지로 자리매김했다. 16세기에 이미 마데이라제도는 와인산업이 잘 형성돼 있었으며, 이 와인의 주소비처는 한없이 넓은 바다를 끝없이 항해하는 탐험가의 범선이었다. 마데이라와인은 알콜도수 95도에 달하는 뱃사람의 술, 럼주를 섞은 주정강화와인이지만 초기 와인은 주정강화와인이 아니었다. 동인도제도로 가기 위해서는 마데이라제도를 지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적도를 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범선에 실린 마데이라와인은 상해버리기 일쑤 였지만, 진흙탕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극한의 찜통더위에서 더욱더 멋진 와인이 만들어졌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이 와인을 산화시키면서 자연적으로 알콜도수가 높아졌고 향이 풍부하고 복합적인 맛을 뿜는 와인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적도의 고열속에서 숙성된 이 와인은 큰 인기를 끌었고, 주고객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였다. 동인도회사의 배들이 항해를 떠날 때 반드시 싣는 품목이 마데이라와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와인을 긴 항해라는 방법으로 숙성시키서 팔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그래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에 걸맞는 환경을 만들어 요즘말로 하자만 '열처리'방식의 와인제조기법을 창조시킴으로서 대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든다. 마데이라제도의 뜨거운 햇살과 마데이라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만들어낸 와인인 것이다. 즉 마데이라와인은 스테인레스관을 지나게 하고 이 관의 바깥은 적도의 온도와 맞먹는 섭씨 45도에서 50도, 화씨 115도 정도의 끊는 물로 감싸는 것이다. 최소 90일간 이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며, '열처리'가 끝난 와인은 다시 최소 90일간 찜질방과 같은 곳에서 숙성을 거치게 된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와인은 100년이상 지나도 원래의 맛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와인은 수확한 다음해의 10월 31일 이후가 돼야 병입되거나, 소비자들에게 팔리기 시작하며, 마데리아와인의 황금기로 꼽혔던 18세기에는 아메리카대륙과 브라질등 남미는 물론 영국, 러시아, 북부아프리카까지 확산됐다. 1776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을 선언한뒤 축배를 든 술은 무엇일까. 바로 그 술이 바로 마데이라와인이다.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벤자민 프랭클린, 존 아담스등은 마데이라와인의 신봉자였으며, 벤자민 프랭클린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도 마데이라와인을 언급할 정도로 마데이라와인을 사랑했다. 18세기부터 미국에서 마데이라와인이 '대박'을 친 것은 초기 13개주에는 와인을 제조할 수 있을 정도의 양질의 포도가 재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와인을 수입할 수 밖에 없었고, 그때 수입와인의 대부분이 마데이라와인이었다. 이처럼 마데리아와인은 미국의 독립과 성장,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마데이라와인의 포도품종에 따라 약 4가지정도로 분류된다. 귀족포도로 불려지는 포도의 당도에 따라 세르시알, 베르델로, 보알. 맘지등 4가지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르시알이 가장 당도가 낮아 드라이하며 식욕을 돋구는 애피타이저로서 사랑을 독차지 한다, 베르델로는 자라수프등에 사용되며, 보알은 단맛이 약간 높아 디저트와인으로, 가장 당도가 높은 맘지도 역시 거창한 디너뒤의 디저트와인으로 인기가 높다. 또 마데이라와인은 술로서 뿐만 아니라 소금, 후추등과 함께 해산물요리의 소스로도 유명하다. 마데이라소스가 바로 여기서 탄생한 것이다. 지난 2015년 뉴저지의 한 박물관에서 마데이라와인의 인기를 입증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박물관 보수공사를 하기 위해 벽을 뜯었는데 그 안에서 와인셀러가 발견됐고, 마데이라와인이 수천병이 빼곡히 쌓여있었던 것이다. 1차세계대전때 미전역에 금주령이 내려지자, 마데이라와인을 벽사이에 숨겼던 것이다. 이 박물관 벽에서 발견된 마데이라와인중에는 220년전 만들어진 와인도 포함됐고, 현재는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대서양의 뜨거운 태양을 품은 마데이라와인, 그 작열하는 태양보다도 더 뜨거운 탐험과 발견의 역사를 담은 마데이라와인, 한 여름의 태양을 즐기며 마셔봄직한 와인이다.

2017-08-03

[와인 & 스토리] '포도주를 끓인 생명의 물' 꼬냑

우리가 알고 있는 양주 중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고 격이 있어 보이는 술이 꼬냑이다. '꼬냑'이라는 이 두 음절의 단어가 어쩐지 힘이 있어 보이면서도 이국적으로 느껴지면서, 꼬냑을 마시면 왠지 모르게 신분이 상승되는 듯 기분이 업 된다. 이 꼬냑도 와인이다. 소주처럼 증류해서, 즉 펄펄 끓여서 만들어진 와인이 바로 꼬냑이다. 거품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의 이름을 따 샴페인이라고 부르듯, 끓인 와인을 일컫는 꼬냑도 사실은 프랑스의 지명이다. 꼬냑은 프랑스 서쪽, 보르도의 북쪽에 위치한 샤렌테이의 꼬냑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디다. 펄펄 끊인 와인을 종류별로 섞어서 만든 것이다. 꼬냑은 1936년부터 포도종류, 생산 방법에서부터 숙성까지 엄격한 프랑스 주류법의 통제를 받고 있다. 프랑스 주류법이 정한 꼬냑의 자격요건은 첫째, 90%의 우니브랑크라는 포도품종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구리로 만든 솥에서 2번 증류를 거쳐야 한다. 셋째, 증류는 11월1일~3월31일 사이에 이뤄져야 한다. 넷째, 프랑스 오크통에서 최하 2년을 숙성시켜야 하며 이 오크통은 주로 리무쟁과 트롱쉐에서 만들어진 오크통이어야 한다. 꼬냑에서 멀지않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오크통은 나무가 숨을 쉰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구멍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식 꼬냑은 적어도 이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꼬냑은 과연 언제 탄생했을까? 꼬냑이란 말은 1638년 영국인 루이스 로버츠가 처음 사용했으며, 우니브랑크로 만든 가볍고 거친 화이트와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너무 거칠어서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40년 뒤인 1678년 런던 가젯에 '꼬냑 브랜디'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면서 꼬냑이란 말이 대중화됐다. 오늘날처럼 꼬냑 지역의 와인을 증류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네덜란드 상인들이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16세기에 꼬냑 지역에서 소금과 나무, 와인을 구입해갔지만, 와인을 보관하기가 너무 힘들어 고안한 방법이 증류를 하는 것이었다. 꼬냑을 현지에서 오드비 드 꼬냑이라고 하듯 오드비는 와인을 끊인 물을 말한다. 와인을 한번 끓였더니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었고, 다시 한번 더 끓였더니 그 맛이 훨씬 깨끗해지고, 우아해졌기 때문에 꼬냑에서 수입한 와인을 두 번 끓이는 현재의 꼬냑이 탄생한 것이다. 브랜디라는 말도 사실은 꼬냑에서 탄생했다. 브랜디라는 말은 네덜란드에서 '불에 탄 와인'을 뜻하는 말로서, 꼬냑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꼬냑이 브랜디의 대명사, 가장 유명한 브랜디 정도가 아니라, 브랜디라는 말을 탄생시킨 원조 브랜디인 셈이다. 꼬냑의 등급은 숙성기간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눠진다. 한인들이 잘 알고 있듯 'VS - VSOP - XO'는 프랑스의 꼬냑 전문가위원회가 규정한 등급이다. VS는 'VERY SPECIAL'이라는 의미로 최소 2년이상 숙성시킨 브랜디를 말하지만 꼬냑 등급 중에는 가장 낮다. VSOP는 'VERY SPECIAL OLD PALE' 또는 'VERY SUPERIOR OLD PALE'로 최소 4년, XO 는 'EXTRA OLD'로 6년 이상 숙성시킨 브랜디다. 우리가 흔히 들어본 나폴레옹 꼬냑에서 '나폴레옹'은 나폴레옹 황제를 뜻하기도 하지만, XO등급을 나폴레옹 급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꼬냑 회사마다 자신들만의 등급을 각각 다른 용어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일부 회사에서 VS급 꼬냑을 쓰리스타, 즉 별 셋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숙성 2년, 4년, 6년이라는 것은 그 등급 최소한의 숙성기간이며, 실제로는 더 오래된 숙성기간을 거친다. 또 내년 4월부터는 규정이 훨씬 까다로워져 XO는 최소 10년의 숙성을 거쳐야만 한다. 꼬냑생산업체는 약 200개에 이른다. 어쩌면 200개가 못되거나 더 넘을 지도 모르지만, 프랑스에서는 대략 200개 업체 정도라고 말한다. 이 중 미국에 수입되는 꼬냑의 90%는 4개 회사의 제품으로 4대천황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크루보아제(Courvoisier), 헤네시(Hennessey), 레미 마틴(Remy Martin), 마르텔(Martell)이다. 이 중 한인들이 가장 많이 접한 이름이 헤네시와 레미 마틴이다. 우리가 흔히 '레미, 레미' 하는 꼬냑이 사실은 레미 마르탱, 영어로는 레미 마틴이다. 크루보아제는 다소 생소하다 느껴질 것이나 이는 나폴레옹 꼬냑이라고 불리는 한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꼬냑이다. 크루보아제는 1805년 임마뉴엘 크루보아제가 설립한 회사로, 창업자가 나폴레옹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나폴레옹 3세에게 코냑을 진상함으로써 나폴레옹 꼬냑이 탄생하게 된다. 요즘 말로 하자면 크루보아제는 '촉이 좀 있는 사람'인 셈이다. 나폴레옹 황제에게 꼬냑을 바침으로써 한 순간에 자신의 꼬냑이 황제의 꼬냑이 된 것이다. 요즘 헤네시하면 바로 루이비통을 떠올리게 된다. 갖가지 럭셔리 사업에 발을 뻗친 루이비통이 와인사업에 뛰어들었고, 헤네시도 인수한 것이다. 헤네시는 1765년 아일랜드 출신 리차드 헤네시가 창업한 회사다. 리차드 헤네시는 '포도주를 끓인 오드비는 바로 생명의 물'이란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꼬냑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꼬냑의 레전드'라고나 할까. 처음 헤네시는 창업 뒤 백 년간은 소매판매를 하지 않았고 오크통 통째로 팔았다. 그러다가1865년 병으로 만든 꼬냑 판매를 시작했고, 1870년 재빨리 XO등급 표시를 개발한다. '헤네시 XO'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 150년전에 탄생한 것이다. 레미 마틴은 1724년에 설립된 회사로 프랑스 황제 루이 15세가 '뿅'간 와인이다. 1738년 루이 15세는 레미 마틴 꼬냑을 높이 평가, 더 많은 곳에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특권을 부여했다. 레미 마틴도 마케팅에서 절대 경쟁사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1738년 루이 15세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후일 이를 기념해 '레미 마틴 1738 어워드 로얄'을 출시한다. 1937년부터 미국 수출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VSOP급 이상 고급 꼬냑만을 제조하며, 프랑스 정부가 꼬냑 지방의 6개 포도생산지 등급 중 최상급인 그랑드 상파뉴의 증류액이 50%이상 섞인 꼬냑이 전체 생산량의 95%에 달할 정도다. 최고 중 최고를 추구하는 꼬냑인 것이다. 마르텔은 약간은 생소하지만 1715년 설립된 회사로 4개 회사 중 가장 오래된 회사다. 아직도 도제 제도를 통해 양조기술을 전수하고 있으며 60년이상 숙성기간을 거친 마르텔 엑스트라로 유명하다. 생산량이 1년에 120상자로 제한될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꼬냑이다. 또 50년이상 저장된 마르델 골드 아르젠은 병에 은으로 만든 리본이 디자인돼 있다. 꼬냑은 북한 김정일이 좋아했던 술로도 알려져 있고, 중국에서는 바이안주 다음으로 인기있는 술로 자리잡았다. 중국에도 와인이 보편화 되다보니 희소성이 사라졌고, 꼬냑이 성공의 상징으로 부각되며, 상류층들은 꼬냑만 찾는다는 것이다. 한잔 마시면 바로 취해버릴 것 같은 '포도주를 끓인 물'의 세계로 빠져보자.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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